[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3년 내 글로벌 시장 규모가 2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마약성 진통제가 오남용·중독 등으로 문제가 되면서 비마약성 진통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이 관련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보존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앞섰다. 현재 주사제 형태인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에 대한 임상 3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임상은 엄지건막류(무지외반증) 환자, 한국 임상은 대장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비보존제약은 최근 4522평 규모의 경기 평택드림테크 공장부지를 86억원에 매입했는데, 이곳에 4개 동과 함께 오피란제린 생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비보존제약이 본격적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브랜드를 키우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공장 규모는 아직 설계 중으로 2025년 완공 예정이며 오피란제린의 생산 체제 구축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해진다.
더욱이 오피란제린은 지난 2018년 미국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에 지정돼 심사·허가 절차 등이 간소화돼서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타이레놀처럼 가벼운 통증만 가라앉힐 수 있는 기존 비마약성 진통제와 달리 중등도 이상의 진통에도 효과를 보인다”며 “기전이 달라 마약성 진통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포럼 역시 비마약성 진통제인 ‘MF018’ 임상 2상을 위한 시험약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는 항암제를 투여받은 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말초신경병증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제로 개발됐다. 임상은 1~3기 고형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메디포럼 관계자는 “MF018은 신경병증 통증에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 발생 우려가 적다”며 “이상감각·감각장애·통증 등을 감수하면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암환자에게 부작용 발생 우려가 없는 안전한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웅제약 신약개발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는 Nav1.7 비마약성 진통제 ‘iN1011-N17’의 호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임상에서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계열 진통제나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보다 앞서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리패스는 지난 6월18일 신약 주사제 ‘OLP-1002’ 임상 개발을 위해 최근 MD앤더슨·로체스터대 의학센터 등의 교수를 과학자문단에 영입했다. 현재 호주에서 OLP-1002의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와이디생명과학은 금년 2월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인 YDC102 발굴에 착수했다.
美 70만명 사망 ‘오피오이드’ 최다 사용···근래 중독성 낮추고 효과 강한 비마약성 진통제 주목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진통제 시장 규모는 2024년 916억달러(약 10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수술 후 통증 등 완화에 쓰이는 이른바 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2024년 420억달러(2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암제와 당뇨병치료제 다음으로 시장 규모가 큰 마약성 진통제는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이 가장 많이 쓰인다. 오피오이드는 중추신경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결합해 발현하는 물질로, 만성질환 및 수술 후 통증 등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 효과가 있다.
모르핀·옥시코돈·펜타닐 등이 이에 해당되며 변비·졸음·착란 등의 일반적 증상부터 의존·중독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오피오이드 규제가 완화된 미국에서 최근 20년 간 약 70만명이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사망한 가운데, 국내서도 처방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 따르면 국내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2019년 678만명에 달했다.
이를 대체할 비마약성 진통제로는 세레콕시브·이부프로펜·아스피린 성분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중추성진통제 등이 있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중독 등의 부작용은 낮출 수 있지만 진통 효과는 약하다.
이외에 소염진통제·항우울제·항경련제 등이 진통 보조요법으로 쓰이지만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이 적으면서 진통효과가 강한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관심이 더욱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