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최근 국가검진을 수행하는 1차 의료기관을 표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가 계속되고 있고, 실사 후 환수조치까지 진행되는 사례도 있어 회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창록 한국건강검진학회 회장은 20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4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늘어난 건보공단 현지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건보공단은 교육 명목으로 연간 1회 정도 현장 방문을 했는데, 올해는 현지조사를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후 환수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신 회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현지조사 명목으로 다양한 자료를 요구하고, 몇 시간에 걸쳐 분석한 뒤 실사 결과에 따라 환수 등 행정조치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수조치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사례들도 제시했다. LDL 콜레스테롤 측정 관련 혈액검사, 장 내시경 전 쓰이는 처방약 등이 그 예다.
박근태 이사장은 "중성지방 400 이상 되는 사례는 24시간 이내 다시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이에 다음날 검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케이스는 대부분 환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건강검진으로 장 내시경을 할 경우 물로 된 장정결제만 쓸 수 있다"며 "환자들이 알약 장장결제를 원해 사용하면, 비급여로 제공해도 불법이라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흉부 엑스레이 촬영이 과도한 검진이 아니냐는 메시지를 주는 듯한 공청회를 계속 개최하고 있다"며 "흉부 엑스레이는 폐와 심장 계통의 질환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검사로 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는데, 왜 자꾸 과잉 진단처럼 몰고 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건강검진학회는 이 같은 일차의료에서 진행하는 국가건강검진 관련 부당 현지조사 사례를 수집해 조만간 건보공단와 복지부에 전달하고,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만성질환 관리사업과 국가건강검진 연계 방안 모색 필요"
또한 학회는 만성질환 관리사업과 국가검진제도를 연계해 유질환자들의 치료 및 관리에 도움을 주고 보험 재정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신창록 회장은 "의료계 화두로 떠오르는 필수의료는 아직까지 정확한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결국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암을 제외하고 질병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적극적 검진과 체계적 관리는 필수의료 강화를 달성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상급종합병원들이 국가 기본검진까지 하면서 결과에 이상 있는 수검자를 1차 의료기관으로 회송하지 않고 진료까지 연결시키는 행태는 의료전달체계를 뒤흔들며 동네의원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신 회장은 "정부가 실시하는 만성질환 관리사업과 국가검진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는 질병 확진을 받지 않은 환자는 고위험군 등록이 안 돼 만성질환 관리사업 대상에 포함이 안 된다. 일차의료에서 이들을 관리할 수 있게 만성질환 관리사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울러 "국가검진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단순히 수검률만 증가해선 안 되고, 검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며 관련 상담수가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연희 총무부회장은 "수검자들이 본인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하지만, 검진기관들이 수검자들 결과를 꼼꼼히 챙기고 질환 의심자에 대한 선별과 확진 검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 제도하에서는 검사 결과 상담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연히 검진기관들은 결과 통보만하는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 사후관리가 부실한 대형기관의 찍어내기식 검진에 대해서는 차기 검진기관평가에 반영하고 오히려 검진 사후관리를 잘하는 기관들에 대한 인센티브, 검진 결과 상담 및 2차 검진에 대한 수가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