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족쇄 풀렸지만 '의료 질' 저하 우려 정신병원
의료법 개정 후 절반 이상 '평가' 전환…학계 "쉬운 길 선택 경향 확연"
2022.11.23 06:0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인증 의무화 부담에서 해방된 정신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평가’로 빠르게 행선지를 옮기면서 전체적인 의료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정신병원은 의료 서비스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부터 요양병원과 함께 의무 인증제 대상에 포함돼 정기적으로 의료기관평가인증을 받아야 했다.


종별상 요양병원에 포함돼 있던 탓에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2020년 의료법 개정에 따라 ‘정신병원’으로 분리되면서 의무인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즉, 의료법상 일반 병원급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의무가 아닌 자율로 전환된 셈이다.


다만 정신병원은 정신건강증진법상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의료기관인증을 받을 경우 해당 평가를 갈음해 주는 구조다. 인증과 평가 중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병원들이 인증 대비 수월한 평가를 선호하면서 전반적인 의료 질 저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법 개정 전 ‘인증’을 받던 정신병원 120개소 중 ‘평가’로 변경 신청한 기관이 63개소(52.5%)로 집계됐다.


‘인증’의 경우 평가항목이 많고 비용 부담과 인력 이탈 등 고충이 심한데 비해 ‘평가’는 그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료의 질이다. ‘정신병원 평가’는 환자 인권을 보호하고 정신의료 서비스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갖춰야 하는 최소한 수준이다.


반면 ‘정신병원 인증’은 현재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통과 기준 자체가 상이하다. 평가보다 인증기준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실제 정신의료기관 평가 합격률을 보면 2021년 47.6%, 2022년 53.3%로 저조하고, 현지평가의 경우 설치과는 50% 내외의 합격률을 나타냈다.


이는 정신병원 평가 결과 우수한 기관에 대한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는 반면 반복적으로 평가에 탈락하거나 불성실하게 임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또는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인증과 평가 제도가 혼재돼 있는 탓에 오히려 의료 질 향상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없고, 평가 탈락에 대한 불이익도 없는 상황은 정신의료기관들의 동기를 결여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한국의료질향상학회에 의뢰, 진행한 ‘정신의료기관 평가제도 발전 연구 및 결과 활용 방안’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정신병원들이 평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인증에 투입되는 비용부담 대비 적절한 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병원 대부분이 수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병원에는 인증 합격에 중등도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평가 탈락에 약한 패널티를 도입해 인증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증을 통과하면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질 지원금과 유사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한편 평가 탈락시 의료급여 입원료 차등제 등급 하향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의원급 정신의료기관은 인증 자체가 불가능하고 평가만 받을 수 있는 만큼 펑가 탈락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는 불합리한 만큼 추후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회는 “인증과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정신병원 입장에서 제도가 혼란스럽고 유인기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인증과 같이 평가도 의료법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