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의사 파업 이후 전공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前 회장이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최대집 前 회장은 지난 2021년 12월 대한전공의협의회 제23기 박지현 회장, 서연주 부회장을 대상으로 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0년 9월 4일 의사 파업 도중 이뤄진 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간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 체결 과정에 대해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합의문 서명 당일 대전협은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인 협상에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대집 前 회장은 파업이 종료된 후 1년이 더 지난 시점인 2021년 12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오산시법원(판사 김성진)은 최근 “여당의 협상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부분은 단순한 의견 표명 내지 주장 개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대전협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논의 철회를 주장했음에도 최 前 회장이 이에 대한 논의를 잠시 중단한다는 내용으로 여당과 합의했다는 부분은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의 적시’라고 판단했다.
전공의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최대집 前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최 前 회장이 합의안에 서명할 전권을 위임받은 게 아니며, 정부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임원을 대동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범투위 회의에서 논의된 바와 다르게 일부 사항이 삭제된 내용으로 합의안에 서명한 점, 협상이 타결될 경우 범투위 부위원장과 함께 서명키로 했음에도 단독으로 서명한 점을 짚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서연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는 “의료계 선후배 모두가 ‘바른 의료’에 대한 열망으로 나섰던 단체행동의 끝이 법적 소송으로 얼룩지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로를 탓하기 보다 부족한 점을 메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도 최대집 前 회장이 파업의 최전선에서 애쓴 후배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한 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여한솔 대전협 전 비대위원장은 “의료계 내에서 법적분쟁이 진행되는 게 안타깝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대집 前 회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도윤 성경화 변호사는 “소액사건임에도 판결 이유를 자세하게 기재해 준 것은 우리 측 주장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항소심에서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