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의약품, 일명 낙태약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이 무산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은 허가를 담당하는 규제기관인 식약처를 비판하고 나섰으며, 현대약품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식약처는 최근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고 밝혔다. 품목 허가를 신청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미프지미소’는 임신 중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의 콤비팩 중 영국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유산유도제 품목명이다.
현대약품은 라인파마와 미프지미소에 대한 국내 독점판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1년 7월 식약처에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한 때 임신중절약 사용은 낙태죄와 맞물려 불법이었으나,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도입이 추진됐었다.
현대약품은 사전허가 신청서까지 제출하며 빠른 국내 도입을 선언했으나, 실제 심사는 1년이 넘게 걸렸다. 식약처가 허가에 미온적이라는 태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식약처는 미프지미소가 국내 처음으로 사용되는 신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안전성, 유효성, 품질자료 등에 대해 일부 자료 보완을 요청했으나, 현대약품이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품목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약은 프랑스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사용된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20년 가까이 필수의약품 목록으로 지정하고 있다. 70여 국가에서 허가돼 사용되는 약이기도 하다.
건약 "식약처, 허가 절차 지연 방식으로 심사 운영해서 도입 무산 조장"
이에 따라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낙태약 도입 무산에 대해 신규 의약품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식약처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식약처가 사용 30년된 의약품인 미프지미소에 추가 자료 필요성을 검토하고, 안전성·유효성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등 허가 절차를 지연시켰다”면서 “유산유도제 도입이 또 다시 크게 지연된 상황에 분개하며 식약처 책임 크다”고 주장했다.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이하 모임넷)’는 즉각 성명을 내고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모임넷은 "유산유도제 도입이 또 다시 크게 지연된 상황에 분개한다며, 식약처가 현대약품에 요구했던 보완자료의 항목과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이유를 공개하고,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임넷은 “허가신청을 자진 철회한 현대약품에 대해서도 그 동안 쌓아온 여성친화 제약회사라는 이미지가 거짓이 아니었다면 식약처가 요구했던 보완자료가 무엇이고, 자료가 제출되지 못해 도입이 무산된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약품이 2021년 3월부터 유산유도제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신속한 심사 진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용된 지 30년된 의약품에 가교 자료 필요성을 검토하고, 안전성·유효성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등 허가 절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심사를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임상 연구가 우선"
하지만 전문가 단체인 산부인과학회는 미프지미소 위험성을 경고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낙태약 허가 문제는 쉽게 봐서는 안되는데 이는 임신부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낙태약을 안전하게 복용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정상임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진단이 안된 상태에서 자궁 외 임신을 한 사람이 약을 먹으면 시기를 놓쳐 조직이 파열되고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에서 낙태약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한국만큼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지 않은 나라들이며, 쉽게 약물을 구매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다”며 “식약처 약물 도입 시 허가사항 때문에 임상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며 인종적 차이를 임상시험 하지 않고 그대로 약물을 사용하게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약품의 허가 신청 자진 취하에 따라 미프지미소 도입은 당분간 무산됐으나, 회사는 재허가 신청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개발사와 논의를 통해 식약처가 요구한 자료를 보완해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프지미소 도입을 놓고 시만단체와 의료계, 종교계, 법조계까지 관련 단체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내 도입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