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에 민감한 사안을 담은 법적 판결이 잇따라 발표되며 의료계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로 의사가 오명을 벗게됐다.
응급실에 내원한 간농양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경피적 배액술 및 항생제 투여 치료를 진행했으나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 대법원이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흥구)는 간농양으로 사망한 환자 A씨와 관련해 소송대리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2월 2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B씨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CT 촬영 등을 통해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A씨를 입원시켰다.
B씨 병원 의료진은 A씨 간(肝) 우엽 부위에 생긴 5cm 크기 농양 두 군데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과 항생제 투여 치료를 시작했으나, 염증반응 수치가 다소 호전된 외에 배농(排膿)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영상의학과 협진 결과, A씨 농양이 작은 격벽들로 이뤄져서 액화 여부에 따라 배농량이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로 추적 관찰하라는 답변이 있었다.
B씨 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투여 치료를 유지하며 2016년 12월 9일 CT 촬영을 한 결과, A씨 간농양이 약간 커지고 오른쪽 폐에 흉수가 많이 찬 상태를 확인했다.
경피적 배액술에 의한 배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A씨의 지속적인 통증과 호흡 곤란으로 흉수천자가 실시됐다. 이어 B씨 병원 의료진은 A씨 간 우엽에 위치한 농양에 경피적 배액술을 재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후 A씨측 요청으로 타병원에 전원 조치됐지만 A씨는 그 다음날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1심-2심 “외과적 배액술 적극 고려했어야, 의료진 과실 인정”
이에 1심과 2심은 "B씨 병원 의료진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심 재판부는 “B씨 병원 의료진이 실시한 경피적 배액술로는 배농량이 극히 미미하거나 농양 위치상 배액관 삽입조차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항생제 치료로 망인의 패혈증 증상이 호전된 동안에 재차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다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특히 원심은 “당시 A씨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했다고 인정할 만한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B씨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 고려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의료진은 배농 효과가 거의 없는 경피적 배액술만을 반복 시도한 것으로 A씨 간농양과 이로 인한 상태 악화를 지연하거나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간농양 치료 중 항생제 투여나 배액관 삽입에 의한 경피적 배액술에 비해 외과적 배액술은 높은 사망률을 내포한 고침습적 치료법으로 의료진은 환자 증상, 임상상태 및 당시 의료수준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이미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부터 체온, 호흡수, 맥박, 백혈구 수치 및 염증반응수치 등에서 패혈증으로 의심할 만한 전신염증반응을 보였다”며 “항생제 투여로 일부 패혈증 증상이 호전됐지만 일주일 만에 농양 크기가 커지는 등 수술적 배농을 실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임상상태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법원은 “B씨 병원 의료진은 이 같은 망인 증상, 임상상태 및 의료수준 등을 고려해 항생제 투여와 경피적 배액술을 순차 실시하면서 그 예후를 추적검사하고 관찰해왔으나, 그 사이 급격한 증상 악화로 B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B씨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사망자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중대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원심법원에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