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의 공공연한 관행이었던 검체검사 할인에 대한 ‘원천봉쇄’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혈액, 소변, 객담, 세포 등의 ‘검체검사’ 덤핑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이지만 갑작스레 검사비 할인 중단 사태를 맞게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검체검사 수탁인증 관련 세부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유관단체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3월 검체검사 수탁인증관리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개정의 후속조치로, 수탁기관 세부 평가기준을 담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핵의학회 등에 부여됐던 수탁기관 인증과 취소 권한을 정부 위원이 포함된 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한 게 개정안의 핵심이었다.
복지부는 더 나아가 이번 세부 평가기준에 수탁기관의 검사 질, 위반사항 등에 점수별 패널티 내용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일정 점수 이상의 점수를 받은 수탁기관에 대해서는 ‘인증취소’, ‘검체질 가산 제외’ 등의 불이익을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논란의 진원지는 할인율이다. 수탁기관이 검체검사를 의뢰하는 의료기관에게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하다 적발되면 벌점을 받게 되는 구조다.
세부적으로는 △할인율 70% 이상 ‘5점’ △50~70% ‘4점’ △30~50% ‘3점’ △15~30% ‘2점’ △15% 미만 ‘1점’ 등이다.
여기에 할인율 적용 발생기간과 횟수에 따라서도 추가 벌점이 부여되고, 검사 질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도 최대 ‘2점’의 벌점을 부과된다.
총 벌점이 3점 이하인 경우 ‘검체 질 가산 1분기 제외’, 4~5점이면 ‘1주 수탁기관 인증취소’, 6~7점이면 ‘2주 인증취소’, 8점 이상이면 ‘4주 인증취소’에 처해진다.
언뜻보면 수탁기관들을 규제하는 모양새지만 오히려 의료기관들이 더 동요하고 있다.
그동안 수탁기관과 검체검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할인을 받아 온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위탁검사관리료 외에 수탁기관으로 지급되는 검사료 일부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검체검사에 따른 직격탄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역으로 수탁기관들 입장에서는 할인율 적용은 물론 검사료 분배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만큼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의학계를 비롯한 각 시도의사회, 각과 개원의협의회에 해당 고시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고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일단 의료계 내부적으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고시 시행을 연기하고, 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에 개원의 대표 위원 추가를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의료계는 검체검사 할인 관행이 ‘저수가’에 기인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검사료와 관리료 인상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위탁검사관리료가 검사료 할인 관행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관리료 개선 없이 할인만 없애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량검사로 경비를 절감한 수탁기관과 규모의 경제성이 없는 소형 의료기관의 이해관계가 통해 할인이 이뤄진 만큼 정당한 상행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