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대책을 두고 의료계가 설왕설래다. 의료계 요구사항을 반영한 듯 하지만 실질적인 재정 확충 계획이 빠져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을 했다. 하지만 수사에 가까운 내용들로 가득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그동안 의료계가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해 제안한 요구사항들이 상당히 담겼다"면서도 "그러나 재원 확보와 같은 현실적인 실행 계획이 빠져 있어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공공정책수가가 '뜨거운 감자'다. 필수의료 수가가 신설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존 건보 재정에서 충당하는 것은 반대라는 것이 의료계측 주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정책수가는 중증, 응급, 분만, 소아 등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하는 건강보험 보상체계다.
각 의료행위마다 보상해주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공공성과 필수성이 있는 의료 분야에 수가를 적용한다.
“건보재정 아닌 추가 재원서 공공정책수가 충당해야”
문제는 재원 확보 방법이다. 의료계는 공공성, 공익성을 가진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해선 국민건강증진기금이나 담배세 및 주류세 중 일부를 추가 재원으로 확충해 달라고 지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행 상대가치점수 총점을 고정한 상태에서 문재인 케어로 인해 증가한 영상검사 등의 수가를 인하해서 필수의료에 지원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하면 파이 크기는 동일하지만, 영상의학을 비롯해 다른 과에서 줄인 비용을 필수의료에 쓰겠다는 의미다.
김이연 홍보이사는 "공공정책수가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잡으려면 추가 재원을 확보, 운영해야 한다"며 "영상검사비를 인하해서 필수의료에 쓰겠다는 계산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이 대책이 진정성 있는 해결책인지 의문이 들고, 구체적인 재정 계획 없이 보상체계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은 또 다른 취약 분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추가적인 재정 투입 없이 종별 혹은 분야별 보상체계를 조정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현행 상대가치 점수제도는 출발부터 잘못된 기형적인 제도이기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