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경색 생존자는 5명 중 한 명이 진단되지 않은 심방세동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부정맥 유형 중 하나로 심장 윗부분인 심방이 이따금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 마치 그릇에 담긴 젤리처럼 가늘게 떠는 상태가 되면서 심박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좌심방에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혈액이 고여 혈전이 형성될 수 있다. 이 혈전은 혈액을 온몸에 펌프질해 보내는 좌심실을 통해 혈류에 실려 나가 떠돌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으로 이어진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리 슈웜 박사 연구팀이 뇌경색 생존자로서 심방세동 진단을 받지 않은 약 500명(평균연령 67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9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 중 절반에게는 삽입형 심장 모니터(insertable cardiac monitor)를 가슴에 심어 3년 동안 하루 24시간 심박동 리듬을 기록하고 나머지 절반 환자는 3년 동안 6개월마다 표준 진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심장 모니터 그룹에서는 3년 사이에 20%가 심방세동이 모니터에 포착됐다. 표준 진료 그룹은 심방세동 진단율이 2.5%에 불과했다.
심장 모니터에 심방세동이 포착된 환자들은 약 50%가 심방세동 지속 시간이 10분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3분의 2는 심방세동 지속 시간이 1시간을 넘었다.
심방세동이 6분 이상 계속되면 뇌졸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뇌경색 생존자의 약 25%는 뇌경색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 동안 심방세동 발생률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심방세동은 심계항진, 현기증, 피로,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장 모니터에 잡힌 심방세동 환자들은 80% 이상이 증상이 없었다.
심방세동이 있는 줄 모르고 지내면 뇌졸중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심장 모니터 그룹에서 발생한 심방세동은 80% 이상이 첫 뇌졸중 30일 이후에 처음 탐지됐다.
이는 뇌졸중 후 첫 30일 동안의 모니터링에서 심방세동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30일 이후에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댈러스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뇌졸중협회(American Stroke Association)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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