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제기됐다. 이정근 이사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세헌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근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김 대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2021년 8월과 11월 사용 내역이다. 부산과 전북 전주에서 식당, 빵집,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40여건과 교통비 사용 20여건 등을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지침에 따르면 법인카드는 업무 목적상 지출과 관련된 회의 경비, 행사비, 물품 구입비 등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공제조합 재무업무규정도 이와 동일하다는 게 김 대의원의 주장이다.
김세헌 대의원은 "이런 지침에 따르면 법인카드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거리 지역 사용, 상품권 구입, 심야 및 온라인 사용 등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자택 소재지인 부산에서 주말 또는 주말과 연결된 금요일과 월요일에 수십 차례 결제했는데 대부분 식사비용이다. 공제조합 업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항공권 구입이 매주 이뤄졌는데 주말 자택 귀가를 위한 교통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도 문제지만 항공권 개수도 일정치 않아 확인을 요청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김세헌 대의원은 공제조합의 자정작용을 기대하며 지난 3월부터 이사장과 감사에게 공문으로 이 같은 사실확인을 위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한 점도 문제제기했다.
그는 "공제조합 감사는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사실상 거절의사를 밝혀 문제제기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작년에 보고된 2021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도 법인카드 사용의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 내부의 문제의식과 자정노력이 부재한 점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대의원은 이 이사장이 법인카드 개인 사용 부분에 대해 적극 해명하지 않으면 보건복지부에 특별 감사 및 경찰 고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
그는 "이번 자료를 근거로 복지부 감사를 요청하겠다"며 "만약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해서 회계처리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개된 자료는 불과 2개월치에 불과한데, 공제조합의 무신경한 반응을 감안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김세헌 대의원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정근 공제조합 이사장은 반박입장을 내놨다. 규정을 어긴 바 없으며, 자료 유출에 대한 법적 검토 및 명예훼손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이정근 이사장은 "규정을 어기고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이 자료는 총무이사와 이사장만 볼 수 있는데 외부로 유출됐다는 것은 거의 절도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제조합과 의협은 다른 법인이고,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 개념도 다를 수밖에 없다. 공제조합은 법인카드 사용 규정이 없어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세헌 대의원이 자료 공개를 지속 요구하면, 법원에서 보자고 할 것"이라며 "감사도 아닌 대의원이 왜 월권을 행사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