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의료기기 업체들이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며 수십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떠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치과용 의료기기 업체 오스템임플란트가 오는 8월 14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16년여 만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공시를 통해 8월 14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년 말 2215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직원의 일탈 행위로 밝혀지며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회사는 올해 2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 컨소시엄(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됐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공매매수를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해왔다. 두 차례에 걸쳐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들어갔고 지분율 96.1%를 획득했다.
코스닥 시장 자진 상장폐지에 대한 명확한 지분율 규정은 없으나, 유가증권시장 관련 규정(95%)과 전례를 감안해 통상 90%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6월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거래소는 1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상장폐지를 승인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함께 미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루트로닉도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루트로닉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이달 8일까지 상장폐지 요건을 맞추기 위해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 보통주 173만5471주(지분율 13.88%)와 전환우선주 7만4782주(지분율 0.28%)를 공개매수하고 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1차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 1722만6532주(지분율 66.1%)를 확보한 바 있다. 현재 황해령 루트로닉 회장과 거래를 통해 확보한 지분 19.7%를 합치면 85.8%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6월 9일 루트로닉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 지분 99%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루트로닉도 200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17년 여 만에 증시를 떠나게 된다.
이 외에 매각설이 부상하고 있는 이루다도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루다는 루트로닉과 같은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으로 레이저 기기와 집속초음파, 특히 색소 분야에 특화돼 있다.
아직까지 이루다는 인수설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루다는 7월 20일 잠재 매수인 인수 제안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자진 상장폐지란 대주주가 회사 상장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상장폐지하는 것을 말한다.
상장기업이 비상장사로 전환하면 소액주주 감시나 경영간섭, 경영사항 공시, 분기결산보고 등의 부담을 더는 등 자유로운 경영활동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일례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상장폐지 이후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메디트와 인수합병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디트는 구강 스캐너 기업으로 오스템임플란트와 사업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