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지방의료원···공주·천안 "의약품 대금 15개월"
지연 이자 지급 無(무) 등 입찰조건 제시 주목···업체들 "버틸 수 없다" 당혹
2023.12.08 06:04 댓글쓰기

공주의료원과 천안의료원이 약 51억원 규모 내년도 의약품 공동구매 입찰 공고에서 “최대 15개월 동안 대금 지급을 지연할 수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의약품 유통업계는 경악하는 반응이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던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자금난으로 대금 결제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오히려 대금 결제를 ‘약속’하기 위해 이 같이 설정했단 것이다.

12월 6일자로 공주의료원과 천안의료원은 1그룹 약 28억원, 2그룹 약 23억원 의약품 공동구매 입찰을 개시했다. 해당 입찰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부터 1년 간이다. 

입찰자는 의료원이 제시한 특수조건 및 입찰유의서 등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 특수조건에서 해당 대금 지급 대목이 나온다. 

의료원은 “납품한 달로부터 공주의료원은 12개월 후, 천안의료원은 12개월 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의료원 자금 사정에 따라 3개월 이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대금 지급 기한이 최대 15개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대가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는 지급하지 않는다”며 “이의가 있을 경우 소송 관할 법원은 의료원 소재지 관할법원으로 하고, 어구상 해석 차이가 있다면 의료원 해석이 우선한다”고 밝혔다. 

지방의료원 경영난 여파가 의약품 유통업계에도 연쇄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약품 유통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제약사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15개월을 어떻게 버티느냐”며 “대금 지급이 지연 되는 것을 참아왔는데 입찰 조건으로 내걸면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병원계 경영난으로 유통업체들도 무너지고 있다. 대형병원에 납품하는 큰 업체는 무관하더라도 영세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입찰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자금난 예상해서 기한 늘려”···임금 체불 피하려고 약제비 돌려막기 호소 

이와 관련해 공주의료원 측은 “예전부터 입찰 시 기본 12개월 대금 지급을 조건으로 해 왔고, 코로나19 유행 당시 부채를 줄이려고 기간을 줄였었다”며 “그러나 내년에 의료원 자금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어 이번에 이처럼 기한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공주의료원, 천안의료원만이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전후로 평균 병상가동률이 80%에서 46%로 급감해 자금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일부 의료원들은 대금 지급 기한 자체를 늘리려고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천안의료원 노조 측은 “직원 임금을 주려고 5개월 밀려 약제비를 지불했었고, 빠르게 결제하지 않으면 약을 저렴하게 들여올 수 없어지면서 경영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5개 지방의료원 원장단도 지난 11월 보건복지부를 만나 임금체불을 피하기 위한 백방의 노력을 털어놨다. 원장단은 “내년부터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임금체불을 겪게 되며, 이미 일부는 지급이 불가하다. 고육지책으로 약품비 지급 등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건은 불공정거래행위 조항 상 거래상 우월 지위를 남용한 것인지 따져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조건과 다른 점이 있는지, 다른 입찰건과 비교를 해봐야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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