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필수의료 진료과목 전공의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대 ‘5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수련보조수당이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더욱이 지역의료 붕괴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조수당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닌 병원 자체적으로 마련한 전공의 유인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병원계에 따르면 건양대학교병원은 필수의료 및 중증응급의료 인재 양성을 위해 여러 진료과에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기피과인 병리과 전공의는 월 500만원, 비뇨의학과 전공의는 월 250만원씩을 통상 월급과 별개로 지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내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이는 필수·응급의료 진료과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정원 충족률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파격적인 지원책에 힘입어 건양대병원의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결과 수련보조수당 지급 대상이 내과, 비뇨의학과, 신경외과의 경우 충원에 성공했다.
다만 소아청소년과는 2명 정원에 1명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산부인과와 병리과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기피과목 전공의 확보를 위한 수련보조수당 지급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라북도는 올해부터 3년 간 도내 수련병원인 전북대학교병원, 원광대학교병원, 예수병원 등에 근무하는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지급 대상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12개 진료과목으로 지자체와 각 병원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
강원도 역시 지난 5월부터 강원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4개 병원 10개 진료과목 전공의 40명에게 월 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 간 강원도가 예산 30%, 춘천·원주·강릉시가 나머지 70%를 나눠 부담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오는 2024년부터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 소속 전공의 중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14개 진료과목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수당 신설에 필요한 예산은 총 6억원으로, 도내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인 50명을 기준으로 책정했다. 예산은 고향사랑기부금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지자체와 무관하게 병원 자체적인 지원책으로는 건양대병원 외에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과 아주대병원이 보조수당을 지급 중이며, 계명대학교 동산병원도 보조수당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실효성 논란 끝에 중단됐던 정부 차원의 기피과 전공의 수련보조수당도 부활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예산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씩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총 44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의 수련보조수당은 지난 2003년부터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공공병원 기피과 전공의에게 지급해 오다 실효성 지적에 따라 2016년 폐지됐다.
응급의학과도 정부가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월 4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했지만 이 또한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2021년까지만 지급되고 중단됐다.
하지만 수련보조수당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급여를 조금 더 준다고 전공의들이 기피과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 현재 유이하게 수가 가산을 통해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외과(100만원), 심장혈관흉부외과(150만원)는 여전히 저조한 충원율에 고전 중이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들은 당장의 급여가 아닌 수련 이후 진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다”며 “장기적 관점의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