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배당금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투자에 나서는 개인 주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경기 침체 국면 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과 직접 비교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국내 상위 100개 대기업과 견주어 봤을 때 배당금 규모나 총액, 배당금 수익률 등 어디에서도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어 더욱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현금·현물배당을 발표한 매출 상위 76개 기업의 배당액을 조사한 결과 총액은 28조4486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늘어난 것으로나타났다.
상위 기업 중 삼성전자(배당금 총액 9조8094억원), 현대자동차(2조9986억원), SK하이닉스(8257억원) 등은 배당금 총액이 조단위로, 현대자동차는 직전해 대비 배당금 총액이 무려 1조 1683억원 늘었다.
특히 이러한 기조에 편승하듯 제약바이오 업계도 질세라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금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상승폭은 이들 대기업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 배당금 총액 증감율 6%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배당금 총액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데일리메디가 국내 매출 상위 25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대상 결산 배당금을 조사한 결과 배당금 총액이 2022년도 2426억원에서 지난해 3154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총액이 2022년도 대비 평균 6% 이상 사승한 수치로, 국내 상위 30개 대기업 배당금 총액 증가율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7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전체를 합쳐도 대기업 어느 곳과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고, 배당금 총액이 늘어난 것도 상위 제약사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중소, 중견 제약사들은 배당금 총액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업체 중 유일하게 셀트리온이 1000억원 규모의 배당금 총액을 기록했다. 나머지 제약사들은 7억원에서 2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배당금 총액 평균 6%를 상회한 제약사는 셀트리온(100.8%), SK케미칼(69.8%), 종근당(20.9%), 유한양행(18%), JW중외제약(9.1%), 동구바이오제약(10%), 휴온스(7.1%) 등이 있었다.
다만 시가배당률의 경우 25개 제약사 평균이 1% 수준으로, 사실상 일반 개미주주들이 배당금을 통한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의 몇% 인가를 나타낸 수치로, 제약사들 중 주가와 비교해 주당 배당금 가격이 크게 늘어난 곳은 없어 배당금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주당 배당금 높은 제약사, 녹십자·종근당·삼진제약 順
GC녹십자는 국내 제약사 중 주당 배당금이 1500원으로 가장 컸다. 2021년 2000원, 2022년 1750원, 2023년 1500원으로 실적 하락에 따라 줄어들고 있지만 가장 많은 주당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어 최근 CKD-510 기술이전으로 잭팟을 기록한 종근당은 1100원, 삼진제약이 그 뒤를 이어 주당 배당금 800원을 책정했다.
2023년도 결산 배당금 총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업체는 셀트리온(1036억원), SK케미칼(489억원), 종근당(133억원), 유한양행(321억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각각 100.8%, 69%, 20%, 18% 올랐다.
이들 상위 4개 기업이 25개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 배당금 총액 3189억원의 절반 이상(1979억원)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당 배당금이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은 셀트리온(375원→500원, 33%증가), 유한양행(400원→450원, 12%증가), 종근당(1000원→1100원, 10%증가), JW중외제약(375원→400원, 6%증가) 순이다.
시가배당률이 가장 큰 기업은 삼진제약(3.7%), 안국약품(2.6%), 한독(2.2%) 등으로, 상대적으로 배당에 대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총액 최다 감소, 한독·녹십자 順
반면, 배당금 총액이 가장 크게 줄어든 기업은 한독(41억원), 녹십자(171억원)으로, 각각 직전 사업 결산 배당금 총액 대비 44%, 25%,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배당금이 크게 줄어든 기업은 SK케미칼(1500원→250원), 녹십자(1750원→1500원), 한독(400원→300원) 등이다. SK케미칼, 녹십자의 경우 실적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시가 배당률이 낮은 기업은 한미약품(0.15), 제일약품(0.3), 셀트리온(0.3), SK케미칼(0.4), 일양약품(0.9)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배당금을 통한 수익률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배당금 총액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당기순이익 확대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은 배당금 총액 규모를 줄이는 등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가 약한 모습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낮은 배당금에도 불구 오너들은 지분이 많아 오너 중심 배당금 수익이 유독 큰 게 사실”이라며 “산업 규모도 작고 지배구조도 투명하지 못해 환원 의지를 갖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주주환원 의지를 밝힌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 의지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국가가 나서면서 앞으로의 변화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계획으로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눈길
다만, 최근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주총을 앞두고 주주환원을 위한 계획들을 내놓고 있어 향후 기업가치에도 변화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가자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업체로,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만 1조 2500억원을 썼다.
이 외에 신라젠과 휴젤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지난 3월 7~8일 양일간 장내 매입을 통해 자사주 2만주를 취득했다.
휴젤도 작년 12월 자사주 37만주를 매입하고 545억원 규모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동아에스티의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 3월 11일 3개년(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주주친화 경영을 천명했다. 3년간 현금배당 300억원 이상을 계획 중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주주환원 규모 내에서 배당 후 잔여 재원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주주의 안정적 현금흐름 제공을 위해 기존의 중간배당 정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사주 제도 개선 등은 대주주 사익 추구 근절과 지배구조를 개선에 의지가 담겨있다”며 “기업들의 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까지 옮겨갈 가능성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