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되며 보건의료계에서 과로사 위험 등 방지를 위한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과중한 근무기록에도 뇌출혈과 공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 권익위)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는 "뇌출혈을 재해부상공무원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은 보훈지청 결정을 취소했다"고 3일 밝혔다.
뇌출혈 발생 전부터 휴일 없이 계속 근무하는 등 뇌혈관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이 과중한 근무기록이 확인됐음에도 이 같은 결정은 부당하다는 처분이다.
중앙행심위에 따르면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상,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의 증가 또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수행으로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 뇌혈관질환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다.
지방공무원인 A씨는 지난 2019년 4월경 소속 기관 사정으로 휴일을 반납한 채 근무하다가 뇌출혈이 발생했다.
이에 B보훈지청은 공무와 관련해 A씨가 머리에 외상을 입은 적이 없고, 과중한 업무라고 볼 정도로 A씨 초과근무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봤다.
또 고인에게 뇌출혈의 위험요인인 고지혈증과 음주 습관이 있었다며 고인에게 발생한 뇌출혈과 공무수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A씨 건강검진 결과와 당직근무 내역에 주목했다.
A씨는 2016년, 2018년 건강검진 결과 음주는 주 1회, 3잔에 불과했고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아주 근소하게 높을 뿐이었다.
또 혈압과 혈당은 모두 정상범위였으며 확인돼 A씨에게 뇌출혈을 유발할 정도의 기저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A씨가 뇌출혈 발병 전(前) 12주 동안 근무한 시간은 1주당 평균 45시간 정도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 6회 일직근무와 6회 숙직근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뇌출혈 발병 3주 전부터는 2회 숙직근무를 포함해 휴일 없이 계속 근무했다.
이에 중앙행심위는 A씨의 근무강도와 근무시간이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할 정도로 과중하다고 봤다.
이로 인해 뇌출혈이 발병한 것으로 판단했고, A씨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을 거부한 B보훈지청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박종민 국민권익위 중앙행심위원장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다 질병을 얻은 공무원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며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두루 살피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교수들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과 관련, “산업재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병원에선 아무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 보건상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