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결제했는데"…서울 강남 '먹튀 치과' 속출
이벤트 모객→진료비 선납→갑작스런 '폐업'…피해본 환자들 '속수무책'
2024.06.07 05:04 댓글쓰기



서울 강남구 A치과 입구에 "병원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구교윤 기자

최근 서울 강남 유명 치과들이 예고도 없이 돌연 폐업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치료를 받던 환자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환자들이 미리 입금한 치료비를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행태가 잇따르면서 그 피해 규모도 커지는 모습이다.


6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A치과는 지난 5월 31일 오후 11시경 병원 환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폐업 사실을 공지했다.


A치과는 "환자, 보호자 및 내원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개원 이후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덕분에 함께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상황으로 인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문을 완전히 닫아 내원하셔도 응대할 직원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용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6월 1일부터 모든 진료를 중단하고 15일 폐업한다"고 덧붙였다.


폐업 당일까지 진료…이벤트 광고 통해 모객도 진행


문제는 A치과가 문을 닫기 전날 밤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치료가 급한 환자들은 당장 다른 치과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놓였다.


A치과 앞에서 기자와 만난 한 피해자는 "오밤중에 폐업 통보를 받아 당황했다. 연락도 안돼 답답한 마음에 치과를 찾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치료비를 떠나 당장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를 찾아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환자들에 따르면 A치과는 다른 치과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모객 행위를 했다.


실제 A치과에서 가장 저렴한 임플란트 가격은 30만원으로 평균 4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도 오가며 진료를 보는 환자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광고를 통한 모객→환자들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진료비 선납 요구→병원 영업 중단 또는 축소→폐업신고' 순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먹튀 치과'였던 것이다. 


특히 폐업 공지 당일에도 10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결제한 환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치과 이벤트 광고 이미지. 폐업 공지 당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했다.

A치과 폐업에는 경영난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A치과 상담실 컴퓨터에는 "병원이 돈이 없어서 파산신청을 한 상태입니다"라며 원장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남겨있다.


해당 글에는 "건물 보증금이 3억원이 걸려있는데 돈을 내시고 치료를 받지 못한 분들께 그 3억원에서 돌려드리려고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지금 오신 환자분들을 포함한 채권자분들께 3억원에 건물 보증금을 나눠지급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환자분들의 진료비를 저희가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오늘 오신 환자분도 채권자 중 한분이 되시는 거고 일이 이렇게 돼서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써 있다.


A치과 상담실 내부 컴퓨터에 작성된 메시지. 독자 제공

인근 B치과도 '먹튀' 논란…제2 투명치과 비화 우려감 확산


문제는 이러한 먹튀 행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실제 같은 시기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B치과도 돌연 폐업해 논란을 사고 있다. B치과와 A치과 거리는 불과 700미터(M)다.


본지 취재결과 B치과도 폐업 하루 전날 오후 11시경 환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폐업 사실을 공지했다.


B치과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2014년 개원 이후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해 왔으나 여러 사정으로 더 이상 병원 운영이 힘들어졌다. 그동안 병원을 찾아주신 환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B치과 입구에도 A4용지 안내문과 함께 환자들의 항의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소개한 한 환자는 "며칠 전에도 진료를 받았는데 갑작스런 폐업에 당황스럽다. 아무런 보상이나 조치 없이 이렇게 통보만 하면 끝인 거냐"라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현재 이들 치과에서 피해를 본 환자들은 원장을 개별적으로 고소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B치과 입구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환자들이 부착한 것으로 보이는 채팅방 주소도 적혀있다.


이 처럼 치료비를 받고 돌연 폐업하는 소위 '먹튀 치과' 사례는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18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투명치과' 사태가 거듭되고 이다는 지적이다.


투명치과 사건은 일반 교정보다 훨씬 싼 투명교정을 해주겠다며 반값 등 각종 이벤트 등을 내세워 환자를 모집한 한 뒤 치료비는 선납으로 받아놓고, 교정치료는 중단해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사단법인 미래소비자행동에 따르면 지난해 선불금 지급 후 폐업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치과에 대한 신고는 31건이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0조에 따르면 휴‧폐업 예정인 의료기관은 휴‧폐업 신고예정일 14일 전까지 휴‧폐업 개시 예정 일자, 진료기록부 이관‧보관 등에 대한 사항, 진료비 정산 및 반환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안내문을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야 한다.


A, B치과 모두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환자들에게 폐업 사실을 알렸지만, 폐업 신고를 위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소비자행동 관계자는 "치료비용을 선납한 후 폐업으로 치료가 중단되면 의사와도 연락이 두절돼 소비자는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소위 먹튀 의료기관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원인을 추적 분석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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