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예고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 신설 계획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강한 반감과 함께 정부 태도 변화를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력 인원을 정부 입맛대로 바꿀 수 없도록 보건의료인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대통령실의 '의사인력 추계기구' 신설 등 의료계 참여 요청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정부의 입장 변화를 재차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협회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등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해 현재의 의료 대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협의에 임할 수 있도록 분명한 입장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 29일 대통령실은 의료개혁특위가 의료 인력 수급 추계 기구 구성 방향 및 운영 계획에 대한 심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는 의사·간호사·치과의사·한의사 등 분과별 위원회로 구성되며 위원회마다 10∼15명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분과별 전문가 추천권은 의사단체 등 분야별 현업 민간단체에 과반수를 배분할 예정이다. 의료인력 수급 결정에 현업 단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기구는 상설로 운영되며 여러 자료와 의견을 토대로 향후 우리나라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추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이 같은 추산 결과를 토대로 필요 의료인력 규모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부의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에 대해 "2000명 증원이 과학적이고 결정 과정도 합리적이었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모순"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의료대란특위는 이날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 발표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힐난했다.
특위는 "의료대란은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시작됐다. 의료계는 물론 국민적 신뢰도 잃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산하에서 나온 결과는 그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마음에 따라 좌우되는 기구가 아니라 법적 근거를 갖춘 추계 기구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인력 인원을 정부 입맛대로 바꿀 수 없도록 보건의료인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설치를 법제화하고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도 충분히 듣고 반영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의료대란 해결 의지가 있다면 국회 및 의료계와 대화에 나설 태도를 갖추길 바란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적극 협조하고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이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을 공식화하며 최근 국민의힘이 공들인 여야의정 협의체의 출범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추계기구 신설로 협의체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것을 사극식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정부도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협의체 출범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와 관련해선 "의료계 참여 진행 상황을 중계하면 협의체 출범에 방해될 것"이라며 "차차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