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성공사례를 만든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 성창모 센터장은 최근 데일리메디가 주최한 '대한민국 헬스케어 포럼'에서 실패가 용인되는 대형 국책 R&D 사업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보건의료 R&D 전담기관인 국립보건원(NIH)가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해 ARPA-H를 설립해 2022년~2024년 6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착안해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5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5대 임무 중 보건안보, 복지·돌봄 임무를 수행할 프로젝트 관리자(Project Manager, PM) 2명을 채용하고, 각 PM 주도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총 3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한국형 ARPA-H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백신 초장기 비축 기술 개발 △백신 탈집중화 생산시스템 구축 △근감소증 멀티모달(Multi-modal) 치료기술 개발이다.
정부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성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명제로 "실패를 어떻게 용인하고 극복해 성공사례를 만드는가"를 꼽았다.
그는 "DARPA 모델 도입에 가장 큰 장애물은 문화 차이"라며 "한국의 R&D 체계와 문화는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패를 감수하는 혁신 연구가 용인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DARPA 모델과 같은 고위험, 고수익의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 실패 통한 배움 인정하는 연구문화 조성 필요"
성창모 센터장은 먼저 "실패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패를 통한 경험 및 배움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때문에 연구자들이 도전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는 과제를 그냥 던져주고 선정할 때만 열심히 한다. 그 다음부터는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리콘 밸리에서는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고, 먼저 실패하라'는 말이 있다"며 "연구원들이 자기 실수를 숨기지 않고 기꺼이 드러내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비 권한 분산, 다양한 분야 협력 강화"
성창모 센터장은 연구비 권한 분산과 여러 학문 간 협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기획, 선정, 관리 등 연구비 관련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연구자들이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연구 방향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확신했다.
그는 "DARPA 모델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개평가와 투명성 강화도 강조했다.
성창모 센터장은 "연구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얻고 경쟁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혁신적인 연구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교육 및 인식 개선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연구자들에게 DARPA 모델의 핵심 원칙과 방법론을 교육하고, 이를 통해 혁신 연구 수행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론은 더 성장하기 위해 실패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연구자도 독한 마음으로 연구를 한다면 분명히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