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물론 아산, 삼성 등 소위 빅5 병원들이 의료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23년에도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와 입원 등 의료수익이 늘었지만 그보다 인건비를 비롯해 재료비와 운영비 등 비용이 더 크게 상승하며 모든 빅5 병원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구랍 전국 640개 의료기관의 2023년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공시했다.
이 가운데 빅5 병원은 의료행위로 벌어들인 '의료이익'이 지난 2022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특히 2022년에도 의료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던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2023년에 손실폭이 더 컸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23년 ▲의료수익 약 1조4035억6942만원 ▲의료비용 약 1조4952억6143만원으로 총 916억9201만원의 손실을 봤다. 전년도 손실액인 535억6905만원보다 약 71% 증가한 셈이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 2023년 ▲의료수익 약 1조7716억697만원 ▲의료비용 약 1조8039억9674만원으로 총 323억8977만원 손실이 나며 전년도(42억873만원 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의료부문에서 적자를 봤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022년 69억7807만원의 의료이익이 있었으나, 2023년에는 ▲의료수익 약 1조1139억8245만원 ▲의료비용 약 1조1322억3698만원 등 총 182억5453만원 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그나마 흑자를 기록했으나 두 병원 역시 전년 대비 이익은 크게 줄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23년 ▲의료수익 약 2조3553억9385만원 ▲의료비용 약 2조2795억1655만원으로 약 758억7730만원의 의료이익을 봤으나, 전년도 의료이익 1689억6069만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미쳤다.
세브란스병원도 2023년 ▲의료수익 약 1조8925억5373만원 ▲의료비용 약 1조8829억4755만원 등 96억618만원의 의료이익을 봤지만, 지난 2022년 의료이익(638억8013만원) 대비 약 14% 수준에 불과했다.
인건비‧재료비‧운영비 고루 상승…약품비 증가 직격탄
전기수도료 40%‧의료분쟁비용 5배 증가한 곳도
빅5 병원은 지난 2023년 입원수익과 외래수익 등을 포함한 의료수익이 전년 대비 1.6~8.1%에서 늘었으나 인건비‧재료비‧관리운영비 등 의료비용이 6.0~10.6% 증가하며 의료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건비, 재료비, 관리운영비가 고루 늘어난 가운데 상세 항목에서는 공통적으로 퇴직급여, 약품비, 전기수도료, 의료분쟁비용 증가가 눈에 띈다.
그중 퇴직급여는 전년 대비 ▲서울아산병원 22.0% ▲세브란스병원 18.8% ▲서울대병원 17.5% ▲서울성모병원 10.9% ▲삼성서울병원 4.2% 늘어났다. 퇴직급여가 증가한데는 퇴사자 수 증가 및 장기근무자 증가, 급여 수준 상승 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약품비는 병원별로 전년 대비 8.8~14.6% 상승했다. 약품비는 임직원 급여와 더불어 의료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전체 의료비용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기수도료는 전체 의료비용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전년 대비 적게는 25.7%에서 많게는 39.6%까지 증가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2023년 1월의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 대비 28.4% 상승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분쟁 비용은 연도별로 뚜렷한 경향을 보이진 않지만 지난 2023년만큼은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2023년 의료분쟁 비용이 약 21억5289만원 발생해 전년보다 5배 넘게 늘었으며, 삼성서울병원도 약 8억8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서울대병원 역시 전년 대비 94.5%(5억8888만원→11억4557만원), 서울아산병원 79.7%(10억3671만원→18억6279만원), 세브란스병원 11.0%(9억6256만원→10억7106만원) 상승하는 등 빅5 병원 모두 의료분쟁 해결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