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가 참여한 '란셋 당뇨병·내분비학 위원회(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Commission)'에서 비만병을 단순한 체중 초과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진단기준을 제시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발된 58명의 다학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비만병의 임상적 의사결정과 치료 우선순위 설정, 공중보건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종합 검토했다.
한국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가 대표로 참여했다.
그동안 비만은 단순히 과체중 상태로 간주되거나,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 요인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위원회는 비만을 '과도한 체지방량으로 인해 신체 기관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저하되는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질병 상태'로 정의했다.
특히 비만을 '임상적 비만병(Clinical Obesity)'과 '임상적 비만병 전단계(Preclinical Obesity)'로 구분해 각각에 맞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상적 비만병'은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임상적 비만병 전단계'는 아직 장기 기능은 정상이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체지방량 증가에 따른 사망 위험과 비만관련 질환 위험은 연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임상적 및 정책적 목적을 위해 구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수 교수 "비만병, 과학적 증거 기반한 공중보건 전략 수립 필요"
위원회는 체질량지수(BMI)가 개인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BMI는 단순히 키와 몸무게를 이용한 계산법으로 개인의 지방분포나 신체 기능장애 여부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BMI는 인구 집단수준 건강 위험 평가나 선별검사 도구 용도로만 사용하고, 개인별 진단에는 체지방을 직접 측정하거나 BMI 외에 추가적인 신체 측정방법(허리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키 비율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BMI가 40kg/m² 이상으로 높을 경우에는 과도한 체지방량이 분명하므로 추가적인 검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는 비만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만은 유전 및 호르몬,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며 체중 기반 차별과 낙인이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는 "비만을 개인책임으로만 돌리는 편견과 낙인이 효과적인 비만병 예방과 치료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공중보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