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채용 거부 16%, 고용 유지 지원 필요"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고용 불안정 해소, 채용 연계 시스템 도입 시급"
2025.02.12 10:10 댓글쓰기



"뇌전증 환자들이 적합한 직무에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11일 한국뇌전증협회와 대한뇌전증학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25 세계뇌전증의날' 기념식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신호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국내에 37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뇌전증은 장기간의 유병 기간과 집중적인 돌봄이 있어야 하는 다른 유사 질환과 비교해 볼 때 돌봄을 비롯해 의료적,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이 덜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뇌전증 환자는 질병의 특성상 발작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매우 심해 교육, 취업, 대인관계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많은 차별과 제약을 받고 있다. 


신 교수는 "한국뇌졸중협회와 함께 약 100개 기업 고용주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거부당한 뇌전증 환자들이 16%로 나타났다. 해고를 당한 경험은 17%, 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험은 16%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청년들이 직장을 구할 때 뇌전증을 숨기게 된다. 실제로 진단서를 요청하며 뇌전증 사실을 숨겨 달라는 경우가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당신의 친구들이 본인이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거의 안 한다'는 응답이 약 50%에 달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의 고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외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일본, 핀란드, 독일, 영국, 미국 등은 뇌전증 환자의 취업률이 50~7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30%다"고 지적했다.


뇌전증 환자 취업률이 낮은 이유로는 ▲사고 발생 우려 ▲사고 발생 시 배상 보험 증가에 대한 우려 ▲업무 효율성 저하 등이 꼽혔다.


신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사고가 발생하는 빈도는 실제로 굉장히 낮은데 상대적으로 과도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추적 조사 결과 발작을 일으킨 후 1년 내 실직한 비율이 21%에 달했다"고 밝혔다.


"뇌전증 환자 대처법·차별 방지 교육 필요"


신 교수는 뇌전증 환자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채용 연계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업에서 '뇌전증 근로자 고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응답이 72%, '뇌전증이 확인된다면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응답은 60%로 나타났다.


그는 "단순히 공개채용에서 면접을 보고 뽑는 게 아니라 뇌전증 환자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채용을 연계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고용주도 안심하고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보조 기관에서 일정 기간 근무 후 평가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책임에 대한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에 대한 교육과 차별 방지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존 법정 의무 교육에 뇌전증 환자 대처법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신뢰를 쌓기 위한 뇌전증 환자 노력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뇌전증 환자가 증상이 있다고 호소하면서 병가를 내 무사고 귀가 조처를 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환자들도 더 열심히 본인들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김세연 의원이, 21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의원과 강기윤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회기 종료로 인해 자동 폐기됐다. 


이번 회기에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 등 국회의원 20명은 지난 10일 뇌전증 관리지원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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