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암학회가 동반진단 제도 개선과 정밀진단 기반 정책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약(藥)보다 진단이 더 큰 장벽이 되는 시대”라며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치료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진단체계도 유연하고 환자 중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암학회는 최근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개선 ▲동반진단 수가 체계 개편 등 정밀의료 기반 정책 개선을 이끌어내며 제도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히 10년 가까이 묶여 있던 병용요법 급여 기준 완화는 환자 치료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정밀의료가 임상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것이 있다는 게 암학회 진단이다. 특히 면역항암제마다 서로 다른 동반진단 항체가 요구되면서, 의료현장에서 혼선을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니볼루맙은 28-8, 펨브롤리주맙은 22C3, 티슬렐리주맙은 SP263 항체를 각각 사용하는데, 병원마다 해당 검사법을 따로 구축해야 해 진단 접근성에 차이를 초래하고 있다.
라선영 이사장은 “검사법 간 호환성이 입증된다면 동일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의료현장 현실을 반영한 적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진단기기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치료 급여 적용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 해석 기준 차이도 현장 혼란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경화 학술위원장은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진단기기임에도 심평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급여 적용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있다”며 “부처 간 해석 기준과 협조 체계를 조율해 환자 치료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와 협력 강화…정밀의료 정책 기반 확대
라 이사장은 정밀의료 기반 암 치료 확대를 위해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 급여화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 자문기관으로 참여해 정책 근거 마련에 힘쓰고 있다.
라 이사장은 “현재 폐암을 제외한 대부분 암종에서는 유전체 기반 정밀진단이 여전히 비급여 상태”라며 “검사 기술은 존재하지만 치료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회는 국립암센터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NGS 임상 유용성 평가 과제에 자문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향후 정책 근거 자료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학회는 국립암센터와 암 정보 전달을 위한 공공 콘텐츠 제작 사업도 강화한다.
라 이사장은 “온라인에는 상업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암 정보가 넘쳐난다”며 “학회와 공공기관이 협업해 객관적인 정보 전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국민 암 치료 전 주기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돕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데 의의가 있다. 암 예방 및 조기진단, 치료 접근성, 생존 이후 관리 등 암 환자 여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맞춤형 콘텐츠가 목표다.
이를 위해 국가암정보센터가 보유한 방대한 통계자료와 인구집단 기반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학회가 학술적 검토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라 이사장은 “국가암정보센터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해온 공공기관이고, 암학회는 분야별 전문성을 집약할 수 있는 학술단체”라며 “양 기관이 힘을 합치면 국민이 믿고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