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스마트 병상˙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 제약사
대웅·동아·유한·한독 등 ‘맞춤형 AI’ 특화…인공지능 접목 ‘첨단솔루션’ 주목
2026.07.06 11:50 댓글쓰기



[기획 1] 전통적으로 제약사의 주된 역할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입하는 신약 개발, 그리고 병원 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공급이라는 고전적인 영역에 국한돼 왔다. 보수적 성향이 짙은 의료산업 특성상 이러한 역할 분담과 비즈니스 모델은 오랜기간 견고하게 유지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만성질환자 급증, 그리고 폭발적인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맞물리며 질병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의료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제약사들 행보도 완전히 달라졌다. 복잡한 기술적 담론이나 미래 막연한 청사진을 외치던 단계를 넘어, 주요 제약사들은 병원 진료 현장에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첨단 웨어러블 기기를 직접 공급하고 뿌리내리게 하는 스마트병원 구축의 핵심 주역으로 부상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대형 종합병원 정보화 부서나 거대 테크 기업, 혹은 소수 혁신 스타트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한독 등 제약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병원 현장에 직접 맞춤형 AI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구축하는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간 병원 현장에서 다져온 탄탄한 영업력과 신뢰도 높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일선 의료진이 느끼는 첨단 기술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있다. 단순히 외부 솔루션을 중개하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환자 생체신호 모니터링부터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나아가 복잡한 의무기록 작성 자동화까지 다양한 AI 기반 기술을 확산시키는 실질적인 전위대 역할을 맡게 됐다. 제약업계의 이러한 이례적이고 선도적인 횡보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을 넘어 치료제 판매 위주 기존 수익모델을 환자 맞춤형 데이터 기반 예방 및 관리 체계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서 혁신적인 의료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제약사들 활약상을 데일리메디가 심층 분석했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제약사 주도 진료현장 혁신 성과를 짚어보고, 대한민국 의료AI 비즈니스가 나아갈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약만 팔던 시대는 끝났다…테크기업 진화 제약사들


과거 제약사 경쟁력은 우수한 신약을, 얼마나 넓은 영업망을 통해 유통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부상과 함께 상황은 반전됐다. 


단순한 처방을 넘어 환자의 일상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맞춤형 진료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의료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제약사들은 탄탄한 병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술 기업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망한 의료 AI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거나 디지털 헬스케어 부서를 신설해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제약사들이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병원 시스템에 맞게 최적화해 공급하는 유통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구축해 둔 의료진과의 신뢰 관계, 병원 행정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디지털 기기와 AI 솔루션 도입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핵심 무기가 됐다.


진료실 스며든 AI…웨어러블과 결합 시너지


제약사가 공급하는 AI 솔루션은 학술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진료현장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데 집중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심전도 측정 패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AI 판독 알고리즘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이다. 과거에는 환자가 부정맥 등 심장 질환을 진단받기 위해 무거운 기기를 차고 생활해야 했고, 의료진 역시 방대한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최근 제약사들이 병원에 보급하는 솔루션은 환자 가슴에 가볍게 부착하는 웨어러블 패치로 심전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클라우드 기반 AI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료진에게 이상 징후를 경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도입돼 의료진 업무 피로도는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고, 환자는 일상생활 불편함 없이 정밀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약사들은 기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동하는 작업까지 지원해 완벽한 턴키(Turn-key) 형태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당뇨병 관리 분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환자 식단, 운동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해 맞춤형 인슐린 투여량을 제안하는 시스템 역시 제약사들의 주요 공급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약품과 의료기기,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병원에 납품되면서 의사는 더 이상 파편화된 정보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


스마트병원 구축 파트너…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이처럼 제약사들이 AI 솔루션 공급처로 변신한 배경에는 단순한 시대적 흐름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갈증이 자리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단가 경쟁이 심화하고 신약 개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공급은 안정적이면서도 확장성 높은 수익 창출구로 평가받는다.


병원 입장에서도 제약사와의 협력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고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수많은 테크 스타트업 중에서 검증된 기술을 선별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오랜기간 신뢰를 쌓아온 제약사가 임상적으로 검증된 AI 솔루션을 제안하고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모델은 병원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제약사들은 영업망을 활용해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중소 병원, 나아가 동네 의원까지 AI 솔루션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의 경우 디지털 전환 의지가 있어도 인력과 자본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제약사의 맞춤형 솔루션이 널리 보급돼 스마트병원 문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제약사가 병원에 AI 솔루션을 공급함으로써 얻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바로 데이터다. 


물론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 및 익명화 기술이 적용돼야 하지만 병원과 환자 동의를 거쳐 축적된 양질의 임상 데이터는 제약사 본업인 신약 개발에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환자의 실생활 데이터(Real World Data)는 신약 임상시험 정확도를 높이고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하는 데 귀중한 자산으로 쓰인다. 


제약사는 자사가 공급한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환자 예후를 면밀히 추적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단순히 AI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생태계를 구축하는 큰 그림이 완성되는 셈이다.


진정한 스마트의료 시대 향한 과제


물론 제약사가 주도하는 병원 디지털 전환이 장밋빛 미래만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장벽은 오래된 규제와 수가 체계다. 


아무리 혁신적인 AI 기기와 솔루션이 진료 현장에 공급돼도, 이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도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혁신의료기술 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 기술 발전 속도를 정책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각기 다른 솔루션 간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병원마다 서로 다른 제약사 시스템이 무분별하게 도입될 경우, 데이터 파편화가 발생해 진정한 의미의 통합 의료 시스템 구축이 지연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 포맷과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정착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병원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과거 메스와 청진기, 알약으로 대변되던 병원의 진료 풍경은 이제 센서와 알고리즘, 클라우드 서버가 대신하고 있다. 


복잡한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현장 언어로 번역해 내는 제약사들의 중재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의료 생태계 패러다임을 바꾸며 진정한 스마트병원 완성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제약업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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