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의료센터의 지역 단위별 재정비 방향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다만 지금처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센터부터 확대하면 겨우 버티고 있던 기존 센터마저 흔들릴 수 있다.”
성원준 칠곡경북대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 모자의료센터 개편 방향을 이같이 평가했다.
정부는 최근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진료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모자의료센터를 중증·권역·지역 단위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2곳 중심인 중증모자의료센터를 비수도권으로 확대하고, 센터별 역할과 진료역량을 평가해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성 센터장은 정책 방향 자체에는 공감했다. 중증모자의료센터가 28주 미만 초미숙아와 중증 고위험 산모 치료에 집중하면 신생아 예후 개선과 의료진 피로도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그는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이미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산과 및 신생아 전문의 인력기준을 채우고 있는 곳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역모자의료센터 상황은 더 어렵다. 성 센터장은 “대부분의 지역모자의료센터가 1~2명의 산과 및 신생아 전문의로 365일 온콜 당직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수도권 권역모자의료센터 일부를 중증모자의료센터로 상향 지정하면 강화된 인력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존 권역·지역센터 인력이 더 높은 단계 센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성 센터장은 “중증모자의료센터로의 인력 이동이 발생하는 순간 그나마 겨우 버티고 있던 권역 및 지역모자의료센터는 더 이상 운영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비수도권 권역모자의료센터 가운데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봤다.
강화된 산과·신생아 인력 기준과 24시간 영상의학과 진료, 소아 배후진료, 태아치료까지 동시에 갖춘 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산모 전원 병목 가중, NICU 병상보다 ‘당직 산과 인력’ 더 중용
지난 의정상태는 NICU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병상보다 당직 산과 의료진 부족이 병원 수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성 센터장은 “과거에는 NICU 병상이 없어서 산모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그러나 의정사태를 기점으로 당직 산과 의료진의 부족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NICU 정책수가가 상향되면서 병상을 늘리는 권역모자의료센터는 나오고 있지만, 병상만으로 고위험 산모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과 전문의가 당직이 아니거나 신생아과 당직교수 피로도가 누적된 경우에도 수용은 어렵다.
성 센터장은 “고위험 산모 전원 지연이 대부분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발생하는 것은 센터별로 당직 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그가 보는 권역·중증모자의료센터의 최소 운영선은 산과 전문의 5명이다. 다만 이 역시 빠듯한 수준이고, 6명 정도는 확보돼야 당직 부담을 일정 부분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모자의료센터는 산과 전문의 3명 정도라도 있으면 3일에 한 번 온콜 형태로 당직이 가능하다고 봤다.
성 센터장은 “3명 정도는 돼야 3일에 한 번 온콜 당직이라도 가능하다”며 “전공의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전문의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효과 있지만, 보상 없으면 지속 어려워”
성 센터장은 권역 모자의료 네트워크 효과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대구·경북권 모자의료 네트워크 최종 책임기관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비를 활용해 계약직 간호사 7명을 채용했고, 이들이 3교대로 전원 문의를 응대한다.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수용이 어려우면 다른 기관으로 의뢰하는 역할도 맡는다.
성 센터장은 “과거 같으면 전원 문의 응대를 교수나 전공의가 직접 해야 했다”며 “전공의 공백이 커진 상황에서 전원 응대를 맡는 간호 인력이 생긴 것은 현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권 네트워크에는 대구가톨릭대병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 병원 산과 교수들이 요일별 순환 당직을 맡아 응급환자 발생 시 당직 기관이 우선 수용하는 방식이다.
성 센터장은 “권역 내 네트워크 안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당직 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면 수용하는 방식이어서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다만 네트워크가 지속되려면 참여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 산과 의사들은 일부 인센티브를 받지만 지역모자의료센터나 네트워크 참여기관 산과 의료진은 보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성 센터장은 “소수의 인원들이 소속 병원은 물론 네트워크 당직까지 같이 맡고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지면 한두 분이라도 이탈하는 순간 겨우 버티고 있는 시스템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의 보상 공백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센터로 지정되지 않은 큰 병원들도 중증 산모나 신생아를 보고 있다“며 ”보상체계가 모자센터에만 집중되면 이들 병원의 참여가 위축돼 결과적으로 환자를 받을 병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가 가산 정책이 의료진 보상과 추가 인력 채용으로 이어져야”
정부는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중환자실 보상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 센터장은 수가 가산만으로 실제 수용력이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고위험 분만 및 신생아중환자실 보상 강화는 분만수가와 NICU 입원수가 가산에 집중돼 있다”며 “그러나 수가 가산은 실제 의료진 인센티브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칠곡경북대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운영비는 정부 3억원과 지방자치단체 3억원을 합쳐 6억원 수준이다.
성 센터장은 이 예산으로 산과 의사 1명을 고용하고 산과·신생아과 당직비를 지급하면 남는 예산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6억원으로 산과 의사 한 분을 고용하고, 산과와 신생아 당직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결국 인력을 많이 채용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 센터장은 기존 권역·지역모자의료센터 중 실제 운영 역량이 있거나 개선 가능성이 있는 센터를 평가해 운영비를 대폭 지원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평가지표로는 전체 분만 중 고위험 산모 비율, 야간·주말 전원 수용 실적, 실제 365일 운영 여부 등을 들었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MFICU) 정책수가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MFICU 정책수가는 중증 및 권역모자의료센터에 한정돼 있다. 지역모자의료센터는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그는 “시설과 간호인력 기준을 갖춘 기관에는 MFICU 정책수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수가가 적용돼야 병원도 산과 의료진에 대한 당직·진료 보상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중증 산모 진료를 하면서도 보상체계에서 제외되면 의료진의 부담감과 박탈감이 누적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야간·휴일 전원 문제를 줄이려면 기관 유형과 관계없이 실제 역할을 하는 의료진에게 유사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책 방향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권역모자의료센터 일부를 중증모자의료센터로 전환하고, 지역모자의료센터 일부를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상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산과 및 신생아과 교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기적으로 추가 수급도 어려운 만큼 기존 센터 정상화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는 “잘 운영되거나 향후 잘 운영될 만한 계획을 가진 센터에 인력 확보와 기존 인력 보상을 위한 운영비를 대폭 가산하는 게 더 빠르고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궁극적인 해결책은 장기적인 인력 확보”라며 “산과 및 신생아과 전임의 보상 대폭 강화와 병역 대체 복무 등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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