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사법 리스크 해소 절실”
전문가들 “사명감으로 버티는거 한계, 차등수가제 도입·PA 허용 시급”
2026.08.04 13:09 댓글쓰기



AI 이미지 생성. 

출생아 급감 속에서도 고령산모 증가로 고위험 신생아 비율은 치솟고 있지만 이들을 살려낼 신생아중환자실(NICU)은 심각한 인력난과 사법 리스크에 짓눌려 붕괴 직전에 놓였다.  데일리메디는 앞서 전국 주요 의료기관의 NICU 운영 실태를 조명했고, 이번에는 위태로운 진료현장을 온몸으로 지탱하고 있는 의료진의 절박한 호소를 바탕으로 파국을 막기 위한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청취했다. [편집자주]


저출산 기조 속 고령 산모 증가로 고위험 신생아 집중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생명의 최전선인 신생아중환자실(NICU)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은 불합리한 제도와 사법 리스크, 극심한 인력난이 겹치며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고 절규한다.


이들은 땜질식 처방을 멈추고 파편화된 의료인력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거점화 전략과 더불어 진료지원간호사(PA) 업무 범위 현실화 등 생존을 위한 즉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치명적 모순…하향 평준화 악순환


이주영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행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이 품고 있는 치명적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각 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NICU를 보유해야 하는 현행 구조가 턱없이 부족한 의료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파편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신생아 세부전문의 배출의 맥이 끊긴 상황에서 벌어지는 병원 간 무리한 고용 경쟁은 입원전담전문의 몸값만 기형적으로 치솟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력마저 고액 연봉을 주며 채용해야 하는 하향 평준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궁극적으로 환자안전과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대학병원에서 연구와 교육, 고난도 중증진료를 짊어진 임상교원들에게 심각한 박탈감을 안겨주며, 결국 최후의 보루인 임상교원 마저 현장을 등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메랑이 됐다.


이주영 교수는 고위험 신생아 진료 특성상 배후 진료 인력의 부재도 꼬집었다.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나 선천성 기형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신생아분과 의사 혼자는 불가능하며 소아외과, 소아재활, 소아정형, 소아신경외과 등 전문 진료팀의 즉각적인 백업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산과와의 긴밀한 협업도 요구된다. 미숙아가 태어난 후 전원되는 것보다 산모가 직접 전원돼 출산하는 게 미숙아 사망률을 낮추고 예후를 개선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산과와 소아 외과계열 전문의 역시 동반 고사 위기에 처해 있어 인력이 흩어진 현 구조에서는 야간 응급수술이나 긴급 처치가 불가능한 무늬만 NICU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이주영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기준에서 NICU 필수 조항을 과감히 삭제해 역량 있는 병원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인프라 통폐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나 소속 병원의 이기주의를 넘어, 정부가 재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소수의 국가 지정 초광역 신생아 집중치료 센터를 설립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대학병원 인력이 하나의 국가 지정 센터에 모여 당직체계를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형태의 운영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산과, 소아외과 등 필수 배후 인력을 거점 센터에 함께 모아 24시간 완결형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최종 치료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실종…“사법 리스크 공포는 현재 진행형”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신생아중환자실 실장)는 전공의가 사라진 처참한 진료현장의 민낯과 짓누르는 사법 리스크 공포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한양대병원 NICU는 총 25병상을 갖추고도 환아 안전을 위해 운영 병상을 22병상으로 축소했다.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는 탓에 교수가 직접 모든 응급처치와 진료, 보호자 면담까지 맡고 있다.


24시간 뜬눈으로 대기하며 호출 시 즉각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삶이 반복되면서 교수진의 육체적·정신적 번아웃은 이미 임계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이현주 교수는 “무엇보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가혹한 사법적 잣대는 남은 의료진의 숨통마저 조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태주령 28주 미만 초미숙아는 의학적 한계로 인해 사망률이 25%, 중증 장애 발생률이 50%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쁜 예후만으로 의료진이 준사법적 절차에 끌려다니는 참담한 현실은 방어진료를 조장하고 의료진 이탈에 쐐기를 박고 있다.


이 교수는 붕괴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PA 간호사의 필수 술기 허용을 간절히 촉구했다.


그는 “고위험 미숙아의 생존줄과 같은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PICC) 시술이 최근 PA 진료 가능 업무에서 제외된 것은 무척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정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PA 간호사에게 이를 허용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료 한계점, 전원 시스템 등 혁신 절실”


지방의 사정은 한층 더 절망적이다. 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책임지는 신소영 계명대 동산병원 신생아센터장은 턱밑까지 차오른 살인적인 업무 강도를 토로했다.


전국적인 인력 기근 속에 중증 산모와 환아가 쏟아지며 남은 의료진이 짊어져야 할 하중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신 센터장은 단편적인 인력 수급 대책이나 개별 병원의 헌신에만 기대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의료진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파격적인 차등 수가 적용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소아과 배후 진료가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환자 전원 시스템 전반을 개혁에 준하는 수준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시대, 어렵게 태어난 귀한 생명들을 지켜낼 NICU의 시계는 멈추기 일보 직전이다.


벼랑 끝에 선 임상 전문가들의 피 끓는 호소를 외면한다면 국가적 재난은 피할 수 없다. 사법 리스크 완화와 진료 체계의 근본적 재편 등 실효성 있는 비상 대책이 당장 실행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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