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2조 투입 '한국형 ARPH-H 단장' 내달 공모
복지부·진흥원, '5개 임무' 공개…"분야 상관없이 자질·능력 중요"
2023.10.30 08:15 댓글쓰기



지난 27일 서울 호텔나루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공청회'를 열고 ARPA-H의 5개 임무와 단장 및 PM 선발계획을 발표했다.

10년간 2조원 가까운 연구비가 투입될 ‘한국형 ARPA-H’가 11월에 사업을 진두지휘할 단장과 PM(프로젝트 매니저) 공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한다. 전문가들은 “단장과 PM에 사업의 명운이 달렸다”며 인사 중요성 거듭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27일 서울 마포 호텔나루에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공청회’를 열고 ARPA-H의 5개 임무와 단장 및 PM 선발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래 감염병, 초고령화, 필수의료 위기 등 국가 보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혁신형 R&D사업'이다. 


윤수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바이오헬스R&D혁신TF 팀장은 “국가적 문제를 정책 대안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혁신적인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프로젝트 취지를 밝혔다. 


이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바이오헬스 기술 선점을 안보와 경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보건난제 해결 및 바이오헬스 시장 선점을 위해 혁신적 보건의료 R&D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존 R&D 체계의 한계를 체감하고, 지난 2022년 미국 국방성 연구기관 ‘다르파(DARPA)’ 모델을 바이오 분야에 접목한 ARPA-H를 시작했다. 


영국도 지난 2021년 다르파 모델을 벤치마킹한 ARIA(아리아)를, 일본은 지난 2019년 혁신적 보건의료 R&D를 지원할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에 정부는 미국 ARPA-H를 벤치마킹, 고비용·고난도이나 파급 효과가 큰 임무중심형 R&D를 추진키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한국형 ARPA-H 임무 5가지로 ▲보건안보 확립 ▲미정복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복지·돌봄 개선 ▲필수의료 지역완결체계 구축 등을 선정해 발표했다.


윤 팀장은 “5대 임무를 통해 10년 후에는 원인불명 감염병을 5분 내 진단하고, 한국인 암 발생률을 50% 줄이며, 고비용 의약품 가격을 100분의 1로 감소한 미래를 목표로 한다. 또 건강수명 75세 달성, 지역 의료이용 자체충족률 95%에 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서울 호텔나루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공청회'에서 정사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정책전략단 단장이 추진단장의 평가 항목을 설명하고 있다.

단장 2월까지, PM 8명 내년 3월까지 선발


복지부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내 전문 지원조직으로 마련하되, 추진단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추진단 아래 필수의료 임무를 담당할 ‘필수의료센터’와 나머지 4개 임무를 총괄할 ‘PM센터’, 전체 사업을 지원할 ‘총괄지원센터’를 둔다. 필수의료센터는 PM 4명으로 구성되며, PM센터는 임무별 1명씩 총 4명의 PM을 둔다.


정사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정책전략단 단장은 “추진단장은 PM 업무를 포함 전체 프로젝트 추진 전략을 총괄하며 예산 배분, 주제 선정 등 모든 것에 관여한다”면서 “PM은 임무별 과제기획부터 평가관리까지 도맡는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오늘 11월 단장 공모를 내고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2월에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PM은 12월에 공모하고, 서면평가, 면접, 발표평가를 거쳐 3월 중 선정할 예정이다.


단장은 임기 3년 상근직으로 겸직이 불가하다. 연봉은 성과급 포함 최대 3억원 이내 책정됐다. 


정 단장은 “단장은 보건의료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며 “거시적 안목과 리더십을 보유한 산학연병 전문가로서 정책·기획·기술적 전문성뿐 아니라 국가연구개발사업 운영·관리에 필요한 역량을 보유한 분을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총 8명의 PM 역시 근무 형태는 상근이지만 진흥원장 판단에 따라 주당 3~4일 근무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하다. 임기는 3년이며 임기 종료 평가를 통해 최대 3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연봉은 성과급 포함 최대 2억5000만원 이내다.


PM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추진단장과 PM, PM과 PM 간에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진다. 


정 단장은 “10년 이상의 연구 또는 연구행정 경력이 있는 전문가로 핵심적인 보건의료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방향 제시와 연구자들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인재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호텔나루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공청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제언을 전달했다.

‘최고’ ‘현명’ ‘혁신’ 프로젝트 성공 이끌 단장·PM 인선 가장 중요 


이날 토론에서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장과 PM 근무 형태가 뒤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그 이유로 “단장은 전체 방향을 정하고 리드하는 역할로, PM보다 물리적인 시간이 덜 들 것이다. 단장 선정이 너무도 중요한데 모집과정에서 아무런 조건을 붙이지 말고 분야 상관없이 최고 리더를 골라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2024년 하반기쯤 연구비가 블록펀딩(묶음예산) 형태로 나올텐데 이것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명한 PM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큰 틀에서 연구 방향과 총액만 결정해 지원하고, 각 기관장에게 예산 집행 자율권을 주는 지원 방식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 5년간 정부의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에 참여했는데, 연구 주제 절반은 국민이 제안한데서 선정키로 했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만 선정됐다. 아젠다는 혁신적이지만 리더가 혁신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 ARPA-H 단장과 PM은 폐쇄적이지 않고 세부과제 설정 전에 국민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끌어내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김영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은 “지금 너무 많은 욕심을 내는 것 같다. PM 당 2~3개 과제를 하면 총 10여개 과제인데 연간 예산은 500억원이 안된다. 미국은 3년 동안 65억달러(약 8조7977억원)의 예산인데 3개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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