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해 카카오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먼스케이프(대표 장민후)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생애주기별 헬스케어 서비스 구축에 힘을 싣는다.
주요 서비스인 레어노트와 마미톡은 양대 축으로 전세계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이와 관련, 휴먼스케이프 관계자는 "생애주기별로 특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임신부터 육아까지는 마미톡, 그리고 희귀난치성질환을 책임지는 레어노트에 이어 조만간 노년기에 특화된 건강관리 사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미톡과 레어노트가 국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사업모델 진화와 함께 글로벌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월 이용자수 21만명 마미톡, 글로벌 시장 노크···미국시장 진출
임신·육아 모바일 플랫폼인 ‘마미톡’은 글로벌 시장 진출 전면에 나선다. 세계적 관심사인 임신과 육아 프로젝트는 국내서 충분한 검증을 거친 만큼 해외 진출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2020년 2월 출시된 마미톡은 2년여 만에 임신·육아 분야 국내 대표 서비스로 성장했다. 3월 말 기준 월간 이용자수 21만명, 월별 신규 가입자수 평균 2만5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전면 개편을 거쳐 임신·출산에서 영아 단계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배변습관, 수면기록 등 영아 돌봄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마미톡에서 통합관리가 가능하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발달주기별 교육 콘텐츠를 신설해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마미톡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실험적 차원에서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50여 개가 넘는 고객 병원을 확보했다. 휴먼스케이프가 세운 현지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휴먼스케이프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베트남을 다음 시장으로 겨냥하고 있다. 당장 미국은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 제공을 추진 중이다.
미국법인을 이끌 대표로 이승준 총괄을 영입했다. 이 총괄은 국내에서 종합병원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다가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MBA,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공중보건데이터과학 석사를 취득했다.
MBA 진학 후에는 벤처기업-투자사 네트워크 기업인 듀크 엔젤 네트워크에서 기업 자문으로 일했다. 다년 간 헬스케어·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와 사업화 전략을 담당한 전문가다.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는 물론 미국 시장에도 친숙한 적임자로 여겨진다. 이 총괄은 현재 원활한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주요 도시에 소재한 클리닉, 종합병원들과 만나 협력관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레어노트, 질환별 맞춤형 정보 제공하고 의료진과 연결해서 맞춤형으로 예후 관리
레어노트는 희귀질환에 관한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질환별 맞춤형 예후관리 서비스’로 진화한다.
휴먼스케이프는 레어노트 서비스 초창기부터 '개인화된 질환 관리 서비스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1단계는 희귀질환 분야의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며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다. 2단계는 수집한 데이터를 매개로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 맞춤형 예후관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후 모바일 기반으로 예후관리가 용이하고 글로벌에서 시장 규모가 있는 질환들을 선정, 디지털 치료제 개발까지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그간 성과를 보면 1단계는 무난히 달성한 모습이다. 3월 말 기준 레어노트 사용자는 3만 여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3개월 간 신규 유입 사용자 수가 8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존 19개였던 정보 제공 대상 질환을 희귀암을 포함해 1000여 개로 확대하면서 얻은 결과다. 휴먼스케이프는 금년 중 사용자 수가 최소 5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지표는 ‘국내 희귀질환별 진단 환자 중 레어노트 가입자 수’ 증가다.
대표적인 유전성혈관부종(HAE)은 내부집계 시 국내 병원에서 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 중 레어노트 가입 비율이 60%에 달한다.
실제 환자가 레어노트를 찾고 의료데이터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희귀질환 특성상 발생 빈도가 드물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기가 어려운데 레어노트는 환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서 정면돌파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질환별 유병인구 중 레어노트 가입자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은 아시아 희귀질환 인구 레지스트리 구축을 목표로 하는 레어노트 서비스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레어노트를 통해 치료 여정을 함께 하는 만큼 임상 연구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적 데이터 확보 구조를 마련한 만큼 레어노트는 다음 단계인 맞춤형 예후관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희귀질환은 원외에서 식단부터 약물조절 등 안정적 예후를 위해 맞춤형 관리가 중요하지만 현재 의료전달체계로는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레어노트는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여러 데이터를 매개로 의료진과의 연결을 지원하고, 환자 맞춤형 예후관리가 가능토록 돕는다.
중장기 목표인 치료영역 확장에도 실험적 행보에 나선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와 상피성 난소암 환자 레지스트리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00명 규모의 난소암 환자 데이터를 구축하고 한국형 난소암 발생과 치료, 예후 등을 확보해 유전적 특성을 정립할 계획이다.
노년기 건강관리 주목···생애주기별 헬스케어 서비스
휴먼스케이프는 생애주기 중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로 관리 가능한 영역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출산부터 유아기 ▲소아·유년기 중심으로 발병률이 높은 희귀난치성질환 ▲노년기 건강관리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기존 사업에서 다루지 않았던 노년기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진출해 생애주기별 디지털 헬스케어 밸류체인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회사가 구상하는 노년기 건강의 핵심 키워드는 ‘근감소증’이다. 심혈관 질환 등 여러 노년기 질병 대부분이 근감소증과 연관돼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서비스로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본격적인 사업 진전을 위해 디지털 치료제 회사 ‘헤리트헬스케어’를 이끌어 온 강훈 대표를 영입했다.
강훈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나노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내 저명 VC 중 하나인 테크코스트엔젤스 회원, 퍼서비어런스 캐피탈 파트너 등 이력을 가진 디지털 치료제 전문인력이다.
헤리트헬스케어는 당뇨병 등 생활습관개선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진행해온 기업이다. 강 대표가 가진 역량은 향후 휴먼스케이프의 노년기 건강관리 사업 추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