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상장을 추진 중이던 제약·바이오업체들이 경기 한파에 따라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들의 상장 조건에 대한 강화와 규제를 일부 강화할 것을 예고 하면서 상장을 추진했던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애를 먹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기업이 적정 가격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의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배포하고, 앞으로 상장 신고서 제출 이전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상장 대상인 기업의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참여기관 주금납입능력 확인, 공모가 미기재 예측기관에 공모주 미배정 등 조치도 나선다.
해당 조치들은 시장수요 확인 어려움, 실제수요를 초과하는 허수성청약, 상장 이후 급락하는 투자자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그동안 쏟아지던 바이오 업체들의 IPO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가 잦고 특례상장 등을 통해 상장을 하더라도 당장 올해 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이 여전하다. 자금 조달은 물론 시장에서 기대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 상장이 쉽지 않은 만큼 상장을 계획했던 다수 업체들이 인수합병(M&A)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노트, 샤페론, 에이프릴바이오, 선바이오 등 업체들은 금융당국이 상장 전 기업가치 평가 강화 전 다행히 IPO에 성공했지만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아 있는 기업들의 경우 상황이 녹록지 못하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신청한 아벨리노(3월 30일), 쓰리빌리언(4월), 바이오인프라(6월 22일), 큐라티스(8월 4일),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8월 17일), 글라세움(8월 17일), 파로스아이바이오(8월 26일) 프로테옴텍(10월 6일), 한국의약연구소(10월 7일) 등은 상장에 속도가 더디다.
이미 아벨리노와 쓰리빌리언, 바이오인프라 등은 사실상 상장 철회 의사를 전달했고,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 등은 재상장에 의지를 피력했지만 상장 문턱이 높아진 상황 자체가 달갑지 않다.
상장사 조차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 차선책으로 M&A를 새로운 선택지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헬릭스미스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됐다. IPO 보다 M&A 기업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집단 보령제약그룹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 등도 지난해 초 상장 계획을 대대적으로 밝혔지만 경기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돌연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령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상장을 전면 철회 했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기업가치에 대한 정상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일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