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첨단 혈액암 치료법인 ‘CAR-T’를 도입, 실시한다. 울산 뿐 아니라 인근 지역 환자들의 서울 원정진료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대병원은 지난 9월 21일 오전 10시 병원 본관 아트리움에서 ‘카티세포치료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개소식에는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등이 참석해 CAR-T 치료 시작을 축하했다.
CAR-T 치료는 국내 빅5 병원도 지난해 갓 도입한 최신 암 치료법이다. 기존 항암제와 이식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을 주사한 대로 치료하는 이른바 ‘원샷’ 치료다.
이 치료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 유전자에 CAR 유전자를 결합한 세포를 수백만개 만들어 다시 환자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면역세포인 T세포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T세포가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면역반응을 회피한다. 이때 T세포 유전자에 CAR 유전자를 결합하면, T세포 표면에 암세포만을 인지하는 수용체가 발현돼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조재철 울산대병원 카티세포치료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은 “기존 치료 생존율이 5~10%라면, CAR-T 치료는 생존율이 50%까지 높아져 완치 희망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AR-T 치료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리 아래 국제적 규격에 부합하는 세포처리시설(GMP)을 갖춘 의료기관만 가능하다. 이에 기술뿐 아니라 적정 시설을 갖춘 서울 주요 병원에서만 CAR-T 치료가 이뤄졌다.
조재철 센터장은 “혈액암 환자 특성상 장기치료가 필요하다. 수도권 등 장거리 진료는 환자 컨디션이 급격히 변하는 데 대응하기 어렵고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의 피로를 가중시켜 치료 효과가 좋지 못하다. 그런 측면서 지근거리 의료기관에서 관리를 받는 것이 환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5억원 투입 전국 최대규모 '첨단 세포처리시설 2실' 구축
울산대병원은 지난 1년여 동안 15억원을 투자해 첨단 세포처리시설 2실을 마련하는 등 식약처 허가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다.
울산대병원 측은 “2개 세포처리시설을 갖춘 건 울산대병원이 처음으로 전국 최대 규모인 셈”이라며 “글로벌 기준 만족시킨 의약품 제조시설을 통해 신속한 세포처리가 가능함은 물론 향후 다양한 난치성 질환 임상연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울산대병원서는 첫 CAR-T 치료 환자가 지난 20일 혈액 채취를 했다. 채취된 혈액은 세포처리 과정을 거쳐 배양되면 10월 첫 투여가 이뤄질 예정이다.
CAR-T 치료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는 건 아니다. 앞서 CAR-T 치료를 시작한 병원들은 치료가 거듭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고 호소하고 있다.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급여가 적용되며 부담을 덜었지만, 치료에 따르는 의사 행위 수가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울산대병원 측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당장의 수익보다 CAR-T 치료가 꼭 필요한 울산 지역환자들에게 첨단 치료를 제공코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CAR-T 치료를 꼭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는 만큼 현재의 구조에도 조만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조재철 센터장은 “울산대병원은 영남권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만큼 그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혈액암 환자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