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거나 지정 예고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2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1곳은 지정 기로에 섰다.
불성실공시법인은 자본시장법 및 코스닥시장 공시 규정에 따른 공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정된다.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동 등이 대표적인 위반 행위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약바이오 업체는 불성실공시법인에 케어젠, 파멥신이 지정됐다. 유전자치료제 기업 올리패스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다.
올해 가장 먼저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펩타이드 연구개발 기업 케어젠은 금년 1월 4일 공시변경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사유는 ‘단일판매·공급계약금액 100분의 50 이상 변경’으로, 벌점은 2점이다.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 누적벌점은 5점이다. 케어젠은 지난해도 공시번복으로 지정된 바 있다.
케어젠은 지난 2018년 일본 내 화장품 및 의료기기의 단일판매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계약확정 금액이 84억원이었으나 계약기간 동안 18%의 낮은 이행률을 보였다.
결국 최종 확정금액은 15억원으로 계약이 종료됐다. 케어젠은 해당 공시를 변경공시했다.
항체치료제 기업 파멥신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상장적격성 심사에 들어간다. 유상증자 철회 번복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서 심사 결정일까지 ‘거래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9일 파멥신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12월 파멥신의 ‘유상증자 결정(제3자배정) 철회’ 등 공시 번복에 따른 처분이다.
상장적격성 심사에 따른 거래정지의 경우 만료일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실질심사 마무리 후 해제될 예정이다.
파멥신은 지난해 300억 규모 연구자금 마련을 위해 파멥신다이아몬드클럽동반성장에쿼티 제1호와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하며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대금 납입일이 지연돼 철회됐다.
다행히 유콘파트너스, 히어로벤처스 아시아, 에이치피바이오 등을 거쳐 타이어뱅크가 파멥신을 최종 인수하면서 불은 껐다. 하지만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RNA치료제 신약개발 기업 올리패스는 지난 25일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유상증자 발행 주식 수·발행금액 100분의 20 이상 변경’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됐다.
올리패스는 금년 1월 8일 365억원 규모의 12회차 전환사채(CB) 발행 납입일을 8월 28일로 연기했다. 이전 ‘11회차 CB’와 ‘35억 규모 유상증자’ 납입일도 각각 6월 27일, 2월 5일로 연기했다.
유상증자, CB 등 인수인이 변경되면서 납입일정, 발행주식수, 금액도 소폭 변경·연기된 것이다.
변경된 유상증자 인수인(더시티)의 실체 확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설립일이 오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업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향후 자금조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는 ‘투자지표’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자금조달의 허들로도 작용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코스닥은 벌점이 8점 이상이면 불성실공시법인은 물론 매매거래도 정지된다. 1년간 벌점이 누적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업계에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누적벌점에 따른 상장적격성 심사 등 제재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투명성 재고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기 전(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성실공시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가 솜방망이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제재를 강화하는 등 개미 주주들 피해를 줄이는 것이 좋은 기업의 수를 더 늘리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