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 유방암 환자들은 자신을 걱정하는 어린 자녀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엄마가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돼도 자녀들 정서발달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녀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기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팀은 20~45세 유방암환자 499명의 12세 미만 어린 자녀들에게 행동평가척도(CBCL)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서발달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행동평가척도 검사는 아동‧청소년의 사회적응과 정서·행동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검사 방법으로, 불안, 우울, 규칙위반성, 공격행동성 등을 전체적으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수검자 중 84% 정도가 정상 범위에 속하고, 나머지 중 8%는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자녀들 중 정상 범위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비율이 87%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일반 아이들보다 오히려 3%가 높다”며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어린 자녀를 돌보는 유방암 환자들의 불안 수준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 200명의 우울증 발생 위험을 비교한 결과,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이 약 2.3배 높아 정서적으로 더 불안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자녀가 6세~12세인 경우 6세 미만인 경우보다 육아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한국판 양육 스트레스 검사(K-PSI-SF) 점수가 3.1배 높았으며, 엄마만 양육하는 경우 엄마와 다른 가족이 양육하는 경우보다 점수가 3.4배 높았다.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유방암을 오래 앓으면 우울증이 완화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유방암 유병 기간에 따라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법인 역학연구 우울척도(CESD-R) 평균 점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병 기간 1년 미만의 환자들의 평균 점수가 약 11점인 반면 5년 이상 환자들은 평균 5점이었다.
김효원 교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은 암 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보살펴줘야 할 자녀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데, 환자들의 유방암 진단과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는 큰 관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교수는 “환자들의 정서적 문제가 치료 결과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JAMA 네트워크 오픈’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