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 불명 만성질병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러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 환자 삶의 질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증상도 복통을 비롯해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으로 다양하고 초기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아 의료진 간 협진을 통한 정확한 진단과 환자 맞춤형 치료가 요구된다.
진단은 임상증상, 내시경 및 조직병리 소견, 혈액검사 소견, 영상의학 검사 소견을 종합해 이뤄진다. 치료가 늦어지면 소화 및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결핍, 영양장애가 발생하고, 심한 경우 장 폐쇄, 협착, 천공, 대장암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다.
조기 진단 후 적극적으로 치료와 관리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대전·중부권을 대표하는 의료기관 중 하나인 대전성모병원은 염증성장질환 대상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강화, 확대 운영해 왔다.
지난 2014년부터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학과, 병리과 의료진으로 구성된 협진팀을 운영해 온 이곳 병원의 염증성장클리닉은 최근 의료진과 진료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진료 범위를 확대했다.
소화관 외에 눈, 피부, 관절, 간담도 및 췌장 등에 침범할 수 있는 질환 특성과 치료 과정 중 빈혈, 영양치료, 감염, 예방접종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안과, 피부과, 류마티스내과, 감염내과, 종양혈액내과, 영양팀과도 긴밀한 협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강상범 소화기내과 교수(염증성장질환 클리닉 소장)를 만나 염증성장질환이 가진 특징과 치료법, 지역 중추 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및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들었다. [편집자주]
중부권 대표 염증성장질환 치료기관 ‘대전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은 충청지역 최초로 클리닉을 개설,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다학제 진료를 제공, 진단과 치료에 있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특히 염증성장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에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염장성장질환 클리닉 개소부터 발전 과정의 중심에는 강상범 교수가 있다. 그는 “환자에게 필요한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려면 혼자서는 힘들다는 생각을 가졌다. 시스템 구축에 전력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대전 지역에도 상급종합병원이 있지만 호전되지 않으면 서울 대형의료기관에 치료 받으러 가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환자 입장에선 교통 이용뿐만 아니라 대기 및 치료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가 꼬박 걸리게 된다.
클리닉 개설 후 지난 10여년간 여러 진료과 다학제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환우카페 등에서 꼽히는 치료기관이 됐다. 지역 환자 입장에선 진료에 대한 시간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급한 문제 발생시 지역의 주치의를 신속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장점이다. 중증 환자의 경우 서울로 전원 후 관리부분만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강상범 교수는 처음 교수 임용 당시, 생소했던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에선 드문 희귀질환으로 환자 사례에 따른 치료방법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궤양성대장염이 심한 환자를 치료했다. 기본적인 치료를 시행했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던 환자는 서울에서 치료 후 몰라보게 상태가 호전됐다.
당시만 해도 염증성장질환은 희귀질환으로 국내에선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어려웠던 시기였다. 많은 것을 느끼고 고민하던 차 강 교수는 미국의 한 대가와 인연이 닿아 연수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 연수를 바탕으로 이후 국내 보험 상황에 맞춰 환자를 치료, 많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늘고 시스템도 정비해 나갈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이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어린 환자였는데 결혼 후 아이와 함께 방문한 이도 있었다. 강 교수는 “어려움이 많은 분야지만 환자만 바라보면 극복이 가능해진다. 교수이기 이전에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 덕분”이라고 회고했다.
지난 2013년 대전성모병원 복귀 후 50명이었던 환자는 이제 1000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처음 목표였던 환자 500명을 훌쩍 넘어 이제는 중부권 대표 염증성장질환 전담 기관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다.
“수술 단계나 합병증 발병 전(前) 조기 진단 및 적정치료 통해 중증 예방”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에 속하는 질병으로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평생 투약 및 관리가 필요하다.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키며 심해지면 장(腸) 협착으로 진행해 뱃속에 고름집(농양), 천공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해 장절제술을 여러번 받게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약제(생물학제제)가 개발돼 이 같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게 됐으며 수술 후 환자에서 재발 없이 유지가 가능해졌다. 결혼은 물론 출산도 당연히 가능하다.
강상범 교수는 “다양한 면역질환에 사용되는 생물학제제는 효과가 증명되면서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이전에는 증상이 생기면 스테로이드를 쓰고, 악화되면 잘라내는 등 의사들마저 기피하는 질환이었지만 생물학적제제로 궤양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제제는 우리 몸 안에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TNF-α)의 기능을 차단힌다. 1·2차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 중증도 이상 환자에게 투여한다.
최근에는 투여에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정맥주사와 달리 3~5분의 빠른 자가투여가 가능한 피하주사제가 출시돼 환자의 병원 방문을 줄였다. 피하주사 제형의 자가면역질환 약물 대비 낮은 약가도 장점이다.
강 교수는 “고가 약제라도 빠르게 전문가 소견에 따라 환자에 적용될 수 있는 보험급여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전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크론병의 경우 고혈압·당뇨병 환자처럼 평생 약으로 관리해야 한다. 약은 주사제다. 간혹 ‘주사는 먹는 약보다 독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부작용이 무서워 부작용을 치료를 보류하면 증상이 악화해 일상이 힘들 뿐 아니라 약도 듣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약이든 때가 있다는 의미다.
강 교수는 “혼란스럽고 배울게 많은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 학회 차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이를 수가로 보상받기 위해 정부에도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검색, 유튜브 등에 의존해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확인하는 것보다 담당 주치의에게 설명과 교육을 받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