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구성을 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심평원이 건보공단을 약평위 추천기관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따라 후폭풍이 일어나는 형국이다.
7일 심평원에 따르면 제8기 약평위 위원들 임기가 오는 9월 7일 만료됨에 따라 제9기 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약평위 구성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심평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공식 결정된 부분은 없는 상태”며 “약제실에서 실무 검토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올해 3월 브리핑을 통해 급여 적정성 평가과정에 공단 참여 시 공정성 및 객관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효율적 신약급여 등재에 대한 의사결정 필요성과 보험재정 절감을 참여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 "공단 배제는 주객전도이자 카르텔 형성 " 비판
건강보험공단 노조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악화일로 분위기다. 공단 노조는 “공단의 약평위 참여 제외는 심평원·공급자 및 복지부 사이 카르텔 형성”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공단의 약평위 참여는 변화하는 보험재정 환경 대응을 위해 필수라는 입장이다. 약제의 경제성 판단 기준에 보험재정 현황을 반영하고 약가의 계약·사후관리 당사자인 공단이 평가단계부터 이를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조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약제비는 매년 증가 중이며, 21년 사상 첫 20조를 돌파했다. 22년에는 그 규모가 22조9000억원까지 커졌다. 증가율은 코로나 시기인 20년(3.0%), 21년(6.5%)을 제외하면 매년 8%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노조는 “기존에는 약제 효과와 경제성을 먼저 평가해 인정받은 약제를 대상으로 공단이 협상으로 가격을 책정했지만, 보험재정 현황까지 반영해 약제의 경제성 인정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평위 둘러싼 꾸준한 잡음 왜?
약평위 위원 참여를 두고 심평원과 건보공단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공단은 수차례 약평위 참여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약평위는 약제의 치료·경제적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해 건강보험 적용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행한다. 약평위 허들을 넘지 못하면 급여 적용 자체가 안되는 구조 때문이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6월 약평위 운영규정 개정으로 위원회 인원을 소폭 늘렸다. 의약 전문가 확대 및 다양화로 약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관련 학회‧협회, 소비자단체 등에서 추천받아 105인 내외로 위원회 총원을 확대했고 의약 관련 학회 추천 전문가 구성을 70인 내외로 변경했다. 또 위원장 선출 시 제한 기준 완화 및 제척‧기피‧회피 적용 기간 확대 등 청렴‧윤리 기준도 강화했다.
약평위 인원 확대에도 공단 참여를 배제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노조는 “복지부는 심평원은 설립 취지에 맞게 진료비 심사 및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능조정협의체(복지부, 공단, 심평원 등)’를 구성해 단계적 조정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약평위를 심평원에 두는 근거는 보복지부령 제914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조의 2항 제14호다.
복지부는 다른 위원회와 달리 위원회 구성, 운영 등을 심평원장에게 위임함으로써 약평위 모든 권한을 심평원에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