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속혈당측정기(CGM) 건강보험 급여와 자동인슐린주입(인공췌장) 도입에도 불구하고 “IT강국인 우리나라는 자동인슐린 최빈국이 됐다”는 지적이 전문학술단체에서 나왔다.
정책적으로 지원이 확대됐지만 환자 대상 교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다 의료비 부담이 큰 질환이지만 정당하게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상만 환자관리간사(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환자관리 사업’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모든 1형당뇨병 및 그에 준하는 인슐린 분비결핍이 있는 당뇨병에서 자동인슐린 주입을 표준치료로 추천하고 있다.
진상만 간사는 “대한당뇨병학회 지침도 이 같은 방향으로 바뀔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전혀 준비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간사는 해당 기기를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지정, 의사는 환자에게 ‘알아서 기기를 구해 사용법을 독학으로 익히라’고 하는 체계를 문제로 꼽았다.
인슐린 펌프를 제대로 시작하려면 탄수화물 계수 계산 등 통상적인 진료와 당뇨교육 수준을 현저히 넘어서는 지식이 반드시 요구된다.
의사를 비롯한 영양사, 당뇨전문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교육팀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의료진에 의한 교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래진료 수준 교육으론 효과 없고 전담인력 있는 대형 의료기관만 가능"
진 간사는 “인슐린 펌프를 교육과 함께 처방하는 제도 자체가 없으니 환자나 의료진이 인슐린 펌프 사용법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인슐린 주입(AID) 알고리즘이 탑재된 인슐린 펌프가 국내 출시됐지만 현실은 마치 기본적인 운전방법을 전혀 몰라 자율 주행차가 나와도 타지 못하는 상황과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뇨병은 의료비 부담이 아주 큰 질환임에도 정당한 비용을 인정받지 못한다.
국가 통계에는 요양비가 빠져 1형 당뇨병이 ‘연간 의료비 본인주담금이 100만원 미만 질환’으로 잡히고, 기기 부담 및 교육에 대한 지원에 필수적인 중증 난치성 질환 지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1형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3년 연장이 결정됐다. 해당 사업이 널리 시행되지 못했던 이유가 중요하지 않고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아닌 정책 진행상 현실적인 이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병원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페이퍼워크가 많고 이를 감당할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는 구조였다. 전담인력을 갖춘 대형 의료기관만 활용되는 실정이다.
신규 참여를 원하는 병원이 경영진에 인력을 요청해도 지속되는 사업이 아닌 일시적인 시범사업이라는 인식으로 충원이 어려웠다.
진상만 간사는 “연속혈당측정(CGM)이 주는 이득은 기기만 보급하거나 통상적인 외래 진료 수준의 교육만 제공해선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초창기에는 CGM 보급 후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가 없었다. 현재 시범사업 수준의 교육이 있어야만 구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