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개소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매 환자가 살던 곳에 거주하며 의료서비스를 누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누적되는 적자에 막 시작된 지역사회와 연계가 끊어질 위기에 있거나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의료기관 공공영역에 정부 지원 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명지병원은 지난 3일 백세총명치매관리지원센터 10주년을 기념해 ‘지역사회 치매 예방·관리 강화와 지역 병원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이은 패널토의에서는 박건우 고대안암병원 교수를 좌장으로 의료계, 학계, 정부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지역사회 치매사업 운영 어려움을 공유했다.
병원 내 공공의료사업단과 치매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차례 공공의료부문에서 수상 경력도 있는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은 치매사업 유지가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남상요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 기획이사는 “민간에서 공공영역을 하려면 적자를 안 볼 수가 없는 구조다. 우리는 이걸 ‘착한적자’라고 자조한다. 국가에서 치매환자 관리를 다 감당할 수 없다면 민간이든 공립이든 의료기관에 전폭적 지원이 있어야 사업이 유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병원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 기획이사는 “병원의 법인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공익사업을 하는 경우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든가, 채권을 발행하든가 해서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광역치매센터를 위탁운영하는 동국대경주병원의 곽경필 센터장[사진]은 치매안심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밝혔다. 곽 센터장은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7개 치매안심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포항의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위탁운영 중이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건물은 지어줬지만 운영비에 대한 지원이 없다 보니 병원들은 운영하기에 급급하고 공공성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명지병원의 한 전문의는 “명지병원은 30개 요양원과 협약을 맺어 전문의가 촉탁의 파견을 나가고 있다. 요양원 측의 만족도는 높은데 관련 비용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곽 센터장도 이에 동의하며 “통합돌봄을 위해 임상의는 진료실을 나와 이동해야만 하는데, 지원에 있어서는 진료를 하는 것만 중요하지 의료진이 이동하는 것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공공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장애요인들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해력이 없다 보니 대책도 없어서 서서히 김이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평가는 병원의 부담을 가중했다. 곽 센터장은 “의료진들은 진료 보기에도 빠듯하다. 가뜩이나 지방은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성까지 요구하면 사람 못 구한다. 병원 역시 운영평가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서지원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은 “현재 지표는 조기검진의 수와 같이 양적인 부분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치매안심센터 등을 급하게 구축하다 보니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평가지표에 양적인 부분이 강조됐다”고 밝혔다.
이어 “바람직한 것은 질적 지표로 평가하는 건데, 시범운영을 해보니 질적 지표도 결국 서류 준비 등 치매안심센터의 행정적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빠르게 바뀌고 있지는 못하지만 질적 평가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치매 예방·관리 사업에 대한 복지부 지시 체계부터 통합돼야”
기관들의 연계와 소통의 문제도 지적됐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모든 기관이 닫힌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기관마다 전문적 서비스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점차 저마다 모든 서비스를 다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기관의 서비스가 중첩되고, 기관들은 굳이 다른 기관과 연계할 필요성을 못느끼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기관 중심이 아닌 대상자 중심의 서비스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따. 서 교수는 “가령 요양원에서 치료가 필요해 병원으로 전원하더라도 치료 후에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열린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 간에 서로 신뢰감이 있어야 하고, 제도적 개선도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경필 센터장은 “통합돌봄이 복지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료 부분을 통합한다고 하지만 사실 흉내만 내고 있다. 실제 의사가 갸아하는 자리에 공보의를 투입하고는 의료부분 통합했다고 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핵심 문제는 지시를 하는 보건복지부부터 협의간 안된다는 점”이라며 “1차관과 2차관으로 나눠 지시를 내리고 있다. ‘내 부서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강하다. 복지부부터 통합된 지시를 내려야 치매 관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