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대학병원 분원 건립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 차질로 인한 경영 악화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영난 확산…병동 통폐합·무급휴가 등 '비상경영' 선포
서울대병원은 지난 15일 한도가 500억원이던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1000억원으로 두배 늘렸다.
마이너스 통장은 약정 기간 일정 금액 내에서 필요한 만큼 대출하고 상환할 수 있도록 한 신용대출을 말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에도 900억 적자를 낸 만큼 전공의 이탈에 따른 경영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단 분석이다.
같은 날 서울아산병원도 비상경영체제 운영에 돌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특히 병동 통폐합은 물론 무급휴가 신청과 신규 채용을 중단하면서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역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연세의료원은 21일 무급휴가 운영도 시작했다. 대상자는 1년 이상 간호사 및 일반직으로 최대 4주, 7일 단위 총 4회 신청이 가능하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줄면서 규모에 따라 하루 10억 원 이상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병원들의 재정적 손해가 커지면서 그 여파가 병원 운영을 넘어 분원 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오는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6만7000여㎡ 부지에 800병상 규모의 분원을 건립 중이다. 총 사업비만 5312억원(국비 지원과 서울대병원 부담)이다.
서울아산병원도 인천 서구 청라의료복합타운 28만336㎡ 부지에 800병상 규모의 ‘서울아산청라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은 병원을 비롯해 의료바이오 교육·연구시설, 라이프 사이언스파크,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 메디텔 등이 들어선다.
이 사업에는 총 2조404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중 아산병원은 자체 예산 3500억원을 투입한다.
연세의료원도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800병상 규모의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을 진행 중이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026년 개원을 목표하고 있으며, 이미 2022년 12월 착공하기 시작해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사업 비용 8800억원 중 6000억원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맞닥들인 재정 악화는 분원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분석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분원 건립 예산은 별도로 편성한 상태여서 당장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수천억 원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재정 악화가 계속된다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동···서울·수도권 분원 설치, 기존 허가보다 더 절차 강화 방침
여기에 최근 정부는 수도권에 설립 예정인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직접적인 제동을 걸겠다고 밝혀 병원들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19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과 수도권 분원 설치에 대해서는 기존 허가보다 더 절차를 강화해 추가 규율을 받도록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원 설립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고 6600병상이 다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 계획을 들여다보면 아직 병상 계획이 명확하게 서지 않은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도 했다.
현재 고려대의료원(경기 남양주·과천), 아주대병원(경기 파주·평택), 인하대병원(경기 김포), 경희대병원(경기 하남), 가천대길병원(서울 송파), 한양대병원(경기 안산) 등도 수도권에서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