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연초부터 바이오 중심 'M&A' 급물살
오리온·레고켐-피씨엘·보령바이오-대상·엠틱스···'ADC·신약·희귀질환' 주목
2024.02.05 06:14 댓글쓰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유망 기업에 대한 M&A로 연초부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제과회사 오리온 그룹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했고, 최근 체외 진단업체 피씨엘이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추진하는 등 M&A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1월 15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약 5500억원 규모) 인수를 결정하면서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 했다. 지분 인수를 통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른다.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으로, 인수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 팬오리온을 통해서 진행한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별도 사업 조정 없이 계열사로 편입된다.


오리온 측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레고켐이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에 대한 물론 정부의 지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고켐 창업주 김용주 대표는 LG생명과학 출신으로 2006년 5월 바이오벤처로 설립했다.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항암제, ADC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목 받는 바이오벤처 중 하나다.


지난달엔 얀센과 LCB84(Trop2-ADC)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역대 최대 규모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규모도 단계별 마일스톤 포함 최대 17억 달러(약 2조 2400억 원) 수준이다.




체외 진단업체인 피씨엘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백신 개발 기업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추진 중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케이엘앤파트너스와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피씨엘은 현재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69.29% 중 90%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규모는 3600억원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인 케이엘앤과 피씨엘은 함께 납입하는 내용으로 합의를 보고 이르면 3월 주식매매계약(SPA) 본계약 체결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보령바이오파마를 매각하는 측에서 피씨엘이 투입하기로 한 인수자금 800억원 가량 납입 기일을 수 차례 연기하면서 다른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때문에 피씨엘의 보령바이오파마 실제 인수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된 백신개발 회사로, 국내에서 처음 A형 간염 백신 국산화에 성공했다. 피씨엘과 컨소시엄은 보령바이오파마를 글로벌 종합예방의학 분야로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이 외에도 대상그룹 지주사 대상홀딩스는 항진균제 신약 개발 업체 앰틱스바이오와 75억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대상홀딩스는 레드바이오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항노화 시장에 진출한다.


대상그룹 측에 따르면 회사는 바이오 분야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확정하고, 그린(농업·식품), 화이트(환경·에너지), 레드(의료·제약) 등으로 사업을 세분화 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총괄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글로벌사 韓 기업 기술도입·인수 가능성 '솔솔'

 

일각에서는 미국의 약가인하 정책 추진으로 인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작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시행에 따라 미국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이 가입한 ‘메디케어’ 등재 10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를 추진키로 했다. 


IRA는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미국 법안이다. 전문의약품 보험 지출 상위 의약품 중 ▲9년 이상(FDA 허가 이후)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은 케미컬 의약품 ▲13년 이상 바이오 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 의약품에 약가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따르면 10개 의약품은 2월 협상가격 공지, 금년 말 최종 인하 약가 공시, 2026년 1월 최종적으로 인하된 약가가 발효된다. 이후 매년 10여 개 약품이 추가될 전망이다.


반발이 큰 글로벌 제약사들로서는 주요 의약품들의 인하와 특허만료 등을 앞둔 상황에서 저렴한 신규 기술도입, M&A를 하나의 대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2028년엔 머크 키트루다 특허도 만료된다.


임상 연구가 활발하면서 저렴한 한국 기업들을 비롯 JP모건 헬스케어에 참여했던 한미약품, 유한양행, 지아이이노베이션, ABL바이오, 펩트론, 큐리언트 등도 기술이전, M&A 가능성이 충분하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에 빅파마와 기술 계약 소식이 종근당-노바티스, 오름-BMS 등 계약이 성사됐다”라며 “빅파마는 IRA로 인한 약가인하와 특허절벽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으로 향후 기술계약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CJ그룹, 바이오 인수 1000억 들였지만 수익화 요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M&A가 무조건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기업 인수에 성공했음에도 여전히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적자인 기업도 있다.


자칫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의 시너지가 나지 않을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수익성 재고도 요원해질 수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로, 인수합병에 성공해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일례로 CJ그룹은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을 통해 바이오 기업인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을 약 983억원에 인수한 바 있는데, 적자 폭은 확대되고 있고 투입자금은 늘어나는 등 녹록지 않다.


2021년 영업손실 101억원, 2022년 332억원, 2023년 3분기 250억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초기 투자에 나섰던 자산운용사는 전환사채 풋옵션을 행사하는 등 우발채무 우려가 현실화 되기도 했다.


물론 신약 개발에 연구 기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조건 성공할 거란 보장도 하기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선 확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셈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2021년 7월 4만원대를 유지했으나, 금년 18일 종가기준 1만5040원까지 하락했다. 이종 기업의 바이오 진출이 시너지에 의문이 나오는 만큼 반등 모멘텀이 절실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속적인 자금 수혈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파이프라인 ‘CJRB-101’ 연구개발(R&D), ‘CLP-105’ 및 플랫폼 기술 투자, 직원 급여 등 사용 계획을 밝힌 상태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은 기존 대비 많이 낮아진 상태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라며 “작용기전을 밝히는 등 해결할 요소가 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국내 기업들의 개발은 순항 중이기에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전망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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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ㅊㅊㅇ 02.05 13:58
    기자님..보령매각건  취재 하고 기사 쓰신건가요?

     피씨엘은 탈락됐다?란  기사가 진즉 나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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