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실소유주인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이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최근 임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한미약품 경영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생각됐고, 감사위원회에서도 해당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해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추가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한미약품은 투명한 경영, 선진화된 경영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해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헀다.
또한, 박 대표는 "진위 여부를 떠나 많은 우려를 나타내는 분이 많았다"며 "이슈가 있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개선할 예정이다. 그것이 글로벌 한미를 위한 방향임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코리그룹 계열사 룬메이캉·북경한미 내부거래 의혹
북경한미는 코리그룹과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리그룹 계열사인 룬메이캉(RMK)이 북경한미가 생산한 의약품을 싸게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팔았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북경한미는 지난해 397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룬메이캉과 거래액이 2142억 원에 달한다. 룬메이캉 매출 대부분이 북경한미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종윤 이사는 2004년부터 북경한미에서 근무하며 2006년 사장, 2008년 이사회 회장을 지냈다.
룬메이캉은 임종윤 이사가 2007년 설립한 회사로, 오브맘홍콩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브맘홍콩 최대주주는 코리홍콩(33.6%)이며, 임종윤 이사는 코리홍콩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이와 관련 임종윤 이사 측은 "룬메이캉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북경한미를 이끌었던 지난 2007년 설립됐다"며 "이를 부당내부거래로 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한미약품은 매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상장사"라며 "감사위원회를 열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면 회계법인이 지난 17년 동안 부적절한 감사보고서를 냈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코리그룹, 임종윤 개인 회사인 DXVX 유상증자 참여
일각에서는 부당내부거래로 얻은 자금이 임종윤 이사 개인회사인 DXVX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DXVX는 약 30억 원 규모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데, 임종윤 이사가 구주주 배정분 100%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하고 코리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DXVX는 2년 연속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50% 초과로 인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회사 측은 오브맘홍콩의 대여금 출자 전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브맘홍콩은 지난 3월 DXVX에 무담보로 253억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DXVX는 이후 자기 자본을 통해 178억 원 규모의 5회차 CB를 만기 전 취득했다.
다만, DXVX 측은 이번 유상증자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확보 목적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이들이 보유한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6.5%(444만4187주)를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매각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