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 표출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토대로 정신건강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인 연구팀이 원천데이터 확보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포털과 SNS를 통한 데이터 취득에 난항을 겪으며 특정 유튜브 영상 댓글로 국민 생각을 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하며, 연구 목적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헬스커뮤니케이션 업체인 하우즈커뮤니케이션앤컨설팅이 최근 공동으로 ‘국민 정신건강 미래형 대응체계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서강대 유현재‧양지훈 교수와 고대구로병원 한창수‧김준형 교수, 인공지능 콘텐츠 개발사 액스콘의 최기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022년부터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국민 정신건강 트렌드 모니터링‧관리 플랫폼 개발 R&D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제는 오는 2027년까지 최대 6년간 연구비 총액 22억 규모로 수행된다.
발제자로 나선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를 컴퓨터공학으로 분류 및 체계화해 국민의 정신건강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2년차 연구에서는 이태원 참사 전후 트위터(현재 X)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들의 감정 변화를 살펴봤으며, 의료보험 통계 데이터와 유튜브 ‘MBCNEWS’ 채널 영상의 댓글 데이터를 결합해 의료보험 환자 수를 예측해봤다.
김준형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향후 이 시스템을 통해 어떤 시점에 어떤 정책적 역량을 투입할지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고, 또 정책에 따른 온라인상 반응 변화를 분석해 해당 정책을 평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협업 약속한 네이버, 개인정보 제공 난색
그러나 연구팀은 현재 데이터 확보에 있어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연구 초창기에 트위터 데이터가 적극 활용됐다. 최기석 액스콘 CTO(왼쪽 사진)는 “기존 관련 연구들이 트위터 데이터를 많이 활용했으며 트위터 측도 데이터 제공에 협조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위터가 올해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플랫폼업체 X에 흡수되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최 CTO는 “한 달에 5만달러를 내야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게 정책이 바뀌며 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워졌다”라고 전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포털의 데이터 취득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 CTO는 “협업을 통해 진행하려 했으나, 법제화나 개인정보 침해 등을 이유로 데이터 제공을 꺼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과제 시작 당시에는 네이버가 업무협약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CTO는 “데이터를 요구할 때 개인정보에 관련한 아주 강한 제재들로 인해 국내에서는 접근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여러 시도를 하다가 지금은 유튜브 댓글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현재 교수는 “연구자에게 데이터가 일정 제공된다면 상당히 좋은 연구 기회가 열린다. 연구자들의 데이터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이에 신현영 의원(오른쪽 사진)은 “정말 순기능이 있다면 민감 정보도 긍정적인 요소로 활용되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에서는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국회 내에서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금년 9월 ‘디지털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률안(디지털 헬스케어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에는 보건의료데이터주체의 권리를 개인과 의료진에게 부여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이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현재 국회 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신 의원은 “일부에서는 보험사나 의료 영리화에 일조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그 오해를 불식시키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다음에는 꼭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밖에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도 데이터 활용 촉진 관련 법안이 나와 있다. 공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데이터 제공에 협조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