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내 삽입장치(CIED)를 이식한 부정맥 환자 대상의 원격모니터링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현재는 원격의료로 분류, 환자 진료에 필요하지만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대한부정맥학회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부정맥 환자 관리 발전 방향'이란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정맥 환자 원격 모니터링 의의와 가치를 전달했다.
CIED 원격 모니터링은 부정맥 감시와 치료를 위해 환자 심장에 이식한 인공 심박동기나 이식형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 등 의료기기가 보내는 정보와 신호를 원거리에서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박상원 정책이사는 "부정맥 환자에 있어 갑작스러운 심장리듬 변화는 불시에 찾아올 수 있으며 매우 치명적"이라며 "정기적 내원을 통해서만 CIED 정보를 분석하고 있지만,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면 내원 일정과 무관하게 정보를 얻어 조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급변하는 부정맥 진료에 있어 CIED 모니터링이 효과적이지만, 임상 현장에선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환자가 내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적 상담을 제공하는 행위는 의료법이 정의하는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명용 회장은 "원격의료를 옹호하거나 규제를 모조리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CIED 이식환자 수가 총 2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모니터링이 도입되면 환자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갑작스런 부정맥 상황 발생 등 제어 가능"
"미국과 일본 등은 부정맥 원격모니터링 보편화"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무엇보다 환자 안전 보장에 기여한다. 실제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 효과와 안전성, 임상적 혜택 등은 해외에서 이미 10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미국심장부정맥학회도 지난 2015년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필수 사용을 권고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을 진료 표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오일영 총무이사는 "심각한 부정맥 발생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부적절한 심장충격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첨언했다.
게다가 CIED 원격모니터링은 원격의료행위가 아니라 진료과정 중 의료기기에서 얻는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前 회장)는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으로 얻는 심장박동 정보는 데이터 전송장치와 앱을 통해서만 전달되므로, 환자가 내원했을 때 얻는 정보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 품질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환자 편의와 문제 발생 시 빠르게 조치해 건강을 개선하는 기술"이라며 "환자 데이터의 생성 위치가 병원이 아닌 환자가 머무는 곳으로 확장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원 정책이사는 "보건복지부가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와 적극적인 해석으로 국내 도입을 허가해주길 바란다"며 "비용분석 연구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정책이사는 "환자의 부정적인 이벤트 발생과 불필요한 내원, 기기 교체 등을 줄이기 때문"이라며 "복지부도 이와 비슷한 의료기기의 심장건강 관리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통해 시장 진입 길을 열어준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명용 회장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보편화됐고, 이미 우리 의료진들도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 이 치료관리법을 하루 빨리 국내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