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는 ‘임상’이라는 단계를 통과하며 의약품 효과를 입증받는다. 그러나 이 결과는 정확한 의약품 용법이 지켜졌을때 이야기다.
특히 만성질환의 경우 투약 용량·용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질환이 악화되거나 약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면 약효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순응도가 높아지면 효과 역시 오르기 마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투약 횟수를 줄인 의약품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에 대해 환자도 좋고 제약사도 좋은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혈우병B 치료제 ‘베네픽스’(성분명 노나코그알파) 국내 최고용량인 3000IU 제제를 최근 출시했다고 밝혔다.
베네픽스 3000IU는 기존 2000IU보다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한 혈우병B 환자들에게 투여 횟수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잦은 투약에 따른 번거로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얀센은 기존 월 1회 투여하는 조현병 치료제를 연 4회만 투여하면 되는 ‘인베가트린자’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치료제는 ‘인베가서스티나’는 매월마다 약물을 투여해야 했지만 인베가트린자는 3개월에 한 번만 투여하면 돼 지금까지 개발된 조현병 치료제 중 지속시간이 가장 길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강남역 칼부림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조현병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만큼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환자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된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에서도 투여 횟수를 줄여 환자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릴리는 최근 주 1회 투여하는 당뇨치료제 ‘트루리시티’ 국내 보험급여 출시를 기념해 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트루리시티는 장기지속형 당뇨치료제로 일주일에 한 번 사용으로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이 약은 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췌장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등 공복 및 식후 혈당 조정이 가능하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광동제약·JW신약은 개량신약 ‘레보드로프로피진’ 공동 개발에 나섰다.
레보드로프로피진은 기관지염 비마약성 진해거담제로 하루에 3회 복용해야 했던 기존에 약과 달리 2번만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어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중추 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과 달리 말초 신경에 작용해 부작용이 적은 점도 강점이다.
자체 개발, 생산은 아니지만 의약품을 수입하는 사례도 있다.
삼일제약은 최근 프랑스 제약사와 녹내장치료제 듀오콥트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듀오콥트는 탄산탈수효소억제제와 베타차단제 혼합약제로 안약 사용 횟수를 줄여 환자들이 질환을 치료하는데 번거로움을 덜어줬다.
A 제약사 관계자는 “투약 횟수를 줄여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이면 치료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환자도 좋고 제약사도 좋은 일석이조”라며 제약업계가 투여 횟수를 줄인 제품 개발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치료제로 인해 불편을 겪던 부분도 해소가 가능해 환자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