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부에서 적정성평가의 실효성에 제동을 걸었다. 그간 적정성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련 학회나 단체 등 의료계 차원에서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실효성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최근 심평원 감사실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적정성평가의 전반적 업무를 담당한 평가1, 2실을 감사대상으로 설정해 내부감사를 진행, 그 결과를 공개했다.
주목할 점은 적정성평가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요양기관의 기본권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라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평가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최종적으로 평가등급을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 법적 근거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실은 “요양기관의 기본권 보장,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관련 자료제출 등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평가지표 구성 비효율적·가감지급 관리체계 미흡"
또한 적정성평가의 중심축인 평가지표가 비효율적이라는 의료계 지적과 동일한 감사 결과도 나왔다.
평가1, 2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적정성평가 업무 대상 항목별 평가지표는 전문인력 구성여부 등을 평가하는 구조지표, 검사, 처치 등 진료의 과정을 평가하는 과정지표, 평균 입원일수, 사망률 등을 평가하는 결과지표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지표 현황을 확인한 결과, 구조지표와 과정지표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진료의 결과를 평가하는 결과지표 비중이 적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감사실은 “평가지표 중 과정지표, 구조지표 개수를 감소시키고 적정성평가의 효율성 강화를 위해 결과지표 비중을 확대하는 등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적정성평가에 따라 인센티브 혹은 디스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가감지급사업이 불합리하게 운영된다는 문제도 거론됐다.
가감지급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 제5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18조에 근거, 심사결정된 전년도 공단 부담액의 100분의 10 범위에서 복지부장관이 고시한 기준에 의해 적용된다.
그러나 평가2실에서 시행한 가감지급 실제 운영현황을 확인한 결과, 전년도 심사결정 공단부담액의 가감지급 변동폭이 다소 제한적으로 운영됐으며 연도별 지급액 누적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실은 “요양기관이 지속적으로 의료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가감지급의 변동폭을 확대해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종합병원 이상, 의과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중소병원 및 한방, 치과영역에 적정성평가를 도입하는 등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이의신청 과정에서 건강보험, 의료급여가 분리돼 운영돼 통일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