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화두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고, 이는 국립대병원도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듯 보였다.
지난 2017년 7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 사업장인 14개 국립대병원들은 민간업체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해야 했다.
하지만 계약은 2019년까지 계속해서 연장됐다. 이 과정에서 국립대병원들이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노조 측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계약 만료 시점인 6월 말을 앞두고 4월부터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급기야 5월21일에는 9개 국립대병원이 하루동안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공동파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타 국립대병원들은 서울대병원이 먼저 정규직 전환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서울대병원이 노조의 집중적인 투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인건비 상승, 정규직과의 공평성을 문제로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교육부에 대해서도 국립대병원에 공문만 보낸 채 손을 놓고 있다며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결국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조 1천여 명은 6월26일 청와대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2차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직접고용 요구하고 나선 교육부···물꼬 튼 서울대병원
이후에도 노조는 정규직 전환 쟁취를 위해 더욱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상황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교육부가 병원들에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교육부가 11개 국립대병원과 노조 및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노사협의체를 주선했지만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전환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협의가 결렬된 것이다.
이에 8월22일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5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차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정규직 전환의 물꼬를 튼 것은 서울대병원이었다. 6월 취임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9월 3일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하는 데 합의했다.
국립대병원의 대표격인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하면서 타 국립대병원도 이에 따를 것이란 기대가 커져갔고, 4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조는 다시 한번 공동파업을 시작했다.
실제 10월 22일 경북대병원이 두 번째로 비정규직 376명 전원에 대한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그 뒤를 이어 11월21일 강원대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확정지었다.
2년 반…아직 끝나지 않은 협상
하지만 고달픈 파업의 계절은 비정규직 노조에게 그리 쉽사리 봄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서울대병원이 직접 고용을 합의했음에도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위탁병원인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노조는 지난달 7일부터 파업으로 대응했다. 33일간 이어진 파업 끝에 최근 노사는 전환 대상자들의 투표로 고용 방식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조는 12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보라매병원이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정규직 전환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서울시는 서울대병원 노사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국립대병원들도 ‘서울대병원 먼저’를 주장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직접 고용을 주저하고 있다. 이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총 4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부산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 3일째인 12일 병원장실 앞 농성에 돌입했다.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이어오던 이들은 병원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병원장실 앞 복도록 농성 장소를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