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는 OECD 1/3, 의사 업무량은 3배'
의협 노환규 회장 '밥그릇 얘기가 아니라 치료에 대한 대가'
2012.11.23 20:00 댓글쓰기

"의사들이 의료 수가를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에 집중한다고 얘기하지만 수가는 의사들의 수입이 아니라 치료에 대한 대가다."

 

“치료 대가 부적절하면 의료 질 하락 자명”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의료정책연구소가 23일 개최한 제35차 의료정책포럼에서 “현행 건강보험수가 제도는 상당히 왜곡돼 있어 전반적인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노 회장은 "건강보험 진료에 대한 비용이 부적절하다면 당연히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국민을 위해, 의료의 질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제도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도 수가 문제로 인한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상대적으로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저수가라는 분석이다.

 

연세대학교 이해종 교수는 의료수가에 대해 건강보험국제연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왕절개의 평균 수가는 약 US1769로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로, 수정체소절개도 약 US1329, 충수절제술은 약 US2000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가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해종 교수는 "의사 소득 수준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면서 "의사 임금 비교에서는 의사의 상대적 임금 적정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의원 비급여, 부대수익 치중 저수가 원인”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허대석 교수는 "수가라는 제도적 문제로 의사들은 저수가로 묶여 있는 필수의료행위는 기피하고 근거 수준이 낮은 비급여 의료기술이나 부대 수익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의 틀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 의사와 환자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허 교수는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면서 중복진료를 받는 환자들이나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의료행위로 발생하는 불신비용은 제한된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분쟁을 피할 수 없는 출산의 경우에도 최저 비용만 정액으로 받도록 요구하니 산분인과 전문의 중 출산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젊은 의사들 중에서 산부인과를 전공하겠다는 의사는 찾아보기 드물다"면서 "병의원들이 비급여 의료서비스 개발이나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에 대한 투자에 더 집중했던 원인도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허 교수는 "필수의료행위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확대해 왔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가 제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급 진찰료, 병원급보다 높아야”

 

외래 진찰료가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더 비싸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의 역할 정립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때문에 1차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원급 진찰료가 병원급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외래 진찰료가 높으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지금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가 더 높으나 실제로는 외래 진찰료가 비싸다고 해서 병원의 이용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진찰료 상대가치는 높이고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은 입원과 관련된 상대가치를 높이는 양자간의 빅딜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외래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더 높아야 한다"면서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진찰료는 인하함으로써 진료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윤 회장은 "궁극적으로 수가를 OECD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공급자 요인 뿐만 아니라 소비자 요인의 행위량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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