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종철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은 시원했다. 속이 뻥 뚫린다는 의미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이다’ 같은 그였다. 풀리지 않는 매듭 같았던 심평원과 의료계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그의 의지는 강했다. 다소 예민한 질문을 준비해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했던 기자는 그와의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단일보험자 시스템 하에서 의료기관은 강한 통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심평원은 중간자적 입장에 서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즉, 압박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상근심사위원 역활 재정비"
이종철 진료심사평가위원장[사진]은 데일리메디를 통해 한국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심평원의 최우선 과제는 "의료계와의 관계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1년이 지났고,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어쩌면 고착화된 문제를 풀기에는 다소 촉박해 보이지만, 나름의 계획은 촘촘히 세워 놨다는 설명이다.
"의료계와 실질적인 소통 위한 변화 방안 실천"
“지금까지는 관계회복을 위한 사전단계로 일선의 각 병원장들과 주기적 만남을 통해 의견을 들어왔고 이제부터는 실질적인 소통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 위원장이 말하는 변화의 핵심은 바로 ‘심평원 상근심사위원’들 역할 재정비에 있었다.
기존 50명에서 90명으로 상근심사위원들이 늘어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통과했고, 현재 이들의 업무를 어떻게 분배할지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 속에서 심사위원들의 어깨에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예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심평원과의 소통이 잘 안되고 어렵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심사위원들이 자문에만 치중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90명으로 늘어나는 상근심사위원들이 자문단 역할은 물론 의료현장에 다가가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주요 과제로 삼겠다는 그다.
이 위원장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상근심사위원이야말로 고착화된 갈등을 풀 수 있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이들을 업무 변화에 주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상근심사위원들이 의료계와 함께 천식, 당뇨, 대장암,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에 대한 효과 분석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편 한국의료의 경향과 전망이라는 굵직한 연구도 함께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뼈아픈 C형 감염 사태 계기로 환자경험·안전 분야 새 적정성평가 도입"
“지난해 말 다나의원 사태가 터졌고, 최근에는 양의원과 한양정형외과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다. 뼈아픈 상황이다.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표를 통해 적정성 평가를 진행할 것이며, 이로 인해 감염 불감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위원장은 주사제 처방률 등 적정성 평가를 토대로 선제적 차단이 가능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 경험, 안전이라는 새로운 적정성 평가를 도입, 문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환자 경험, 안전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정성 평가가 처음으로 시도된다. 아직 지표가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분과위원회를 열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질환별 평가에서 벗어나 환자를 위한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다. 각 질환별로 의료기관 등급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의료의 질 향상 측면에서 더 필요한 부분이 환자의 경험과 안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정성 평가를 통해 미연에 감염병 위험을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지금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남다른 열정으로 의료계, 그리고 국민과 소통을 위해 남은 1년을 매진하겠다는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