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500만명에 달하는 국내 당뇨병 환자들에게 관행적이고 획일적인 진료보다는 개인별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뇨병학회가 개정한 ‘제2형 당뇨병 약제치료 지침 2017’에서 특정 약제 대신 환자 특성에 맞는 약제 처방을 권고했다. 이 역시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당뇨병 환자 맞춤별 진료로 개인 특성에 맞게 다양화되는 치료 환경을 살펴봤다.
동네의원 역할 강화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게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전국 확대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중랑구을 비롯해 강원도 원주시, 전라북도 전주시, 전라북도 무주군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201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지자체를 추가 모집,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사업 활성화 및 제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금년 10개 내외 사업 지역을 추가로 선정해 내년에는 확대할 예정이다.
이 사업이 구체화되면 전국 14곳 안팎의 지역에서 당뇨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 사업이 확산되면 동네의원 기능이 강화돼 당뇨 환자들이 대형병원 이용을 줄이면서 보다 효율성 있게 만성질환의 효과적 예방과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질환 중증화로 인해 초래되는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효과도 있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 현재 이 시범사업에는 총 204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4만 여명의 환자가 관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에 참여하는 환자·의사 10명 중 8명(80.8%)이 사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 사업에서 지역사회 내 일차의료기관(동네의원)은 당뇨병과 고혈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보건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건강교육 상담을 효과적으로 제공,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동네의원에서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1인당 진료시간이 늘거나 생활 습관이 개선되면서 의사 치료를 따르는 비율도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널리 알려진 당뇨병 치료는 환자에게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제1형 당뇨 환자들에게 인슐린 주입은 절대적이다.
최근 신기술을 입고 피부 부착형 당뇨패치, 배터리 없이 구동되는 이식형 인슐린 주입펌프, 몸에 붙이는 혈당측정기 등 당뇨 환자에 인슐린을 주입하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김대형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은 최근 채혈 없이 소량의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혈당 수치에 따라 단계별로 적정 수준의 약물 전달이 가능한 피부 부착형 당뇨 패치를 개발했다.
패치 내부 센서는 1㎕ 정도의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는데 이는 가습기에서 나오는 증기 수준의 물 한방울(2~5㎕)보다도 적은 양이다.
당뇨 패치는 이 센서를 여러 개 집적해 땀 속 당(糖) 농도를 측정한 다음 습도, 온도, 산성도 등을 측정해 혈당 측정치를 보정했고 더 정확한 수치를 얻었다. 또 혈당 수치에 따라 두 종류의 상변화 나노입자를 이용해서 단계별로 적정량의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최영빈 교수팀은 ‘배터리 없이 구동되는 이식형 인슐린 주입 펌프’를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했다.
연구의 핵심 기술은 자석 구동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주사바늘 대신 피부에 자석 접촉만으로 원하는 시기에 정확한 양의 인슐린이 주입이 가능하다. 또 체내 이식된 펌프 내부에 배터리가 필요없어 교체를 위한 재수술도 없다.
몸에 붙이는 혈당 측정기도 개발되고 있다.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는 500원 동전만 한 크기에 바늘 두께가 200㎛(1㎛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하다. 혈액 대신 피하지방층(세포간액)의 혈당값을 측정해 피를 뽑지 않아도 된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이 제품이 개발 중이더라도 국내에서 아직까지는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환자 증상의 경중에 따라 쓸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인슐린 주사약을 제외한 인슐린 펌프 등 기기의 경우에는 현재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자의 본인 부담이 커서 의료진이 실제 처방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그럼에도 당뇨 치료에 꾸준히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치료 방법이 점점 정교화된다”며 “이에 따라 멀지 않은 미래에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환자 본인 적극적인 관리
환자들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역시 당뇨 치료에 변화를 불어오고 있다. 수동적으로 의료진의 처방을 따르는 것을 넘어 당뇨에 대한 지식을 높이고 스스로 당뇨관리를 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뇨 환자들의 식단과 영양관리는 산업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당뇨식 도시락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기업 ‘닥터키친’은 최근 가파른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닥터키친은 당뇨 환자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전문 요리사가 개발한 400개의 식단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회사 슬로건을 ‘당뇨는 맛있다’로 삼아 흔히 생각하는 심심한 음식들과 달리 당뇨 환자들의 먹는 즐거움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자장면과 맛과 식감이 90% 이상 비슷하면서 당질 함량과 열량을 크게 낮춘 당뇨 환자를 위한 자장면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닥터키친 측은 “당뇨 뿐 아니라 고지혈증 등 모든 질병을 위한 식단을 개발하고 헬스케어분야에서 고객이 자신의 몸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유·무형 통합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건강식품제조기업 제이앤비에프(J&BF)는 최근 식물성 발표식품으로 건강환 ‘당(糖)88’을 출시했다. 당(糖)88은 당뇨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진 ▲돼지감자 ▲여주를 비롯해 ▲마테잎 ▲발효미강 ▲갈랑갈 ▲옥수수수염 ▲양파 ▲스테비아 ▲강황을 발효시켜 만든 건강 환이다.
당(糖)88 원재료로 사용된 여주와 돼지감자의 경우, 혈당 수치 조절을 통해 당뇨 개선에 도움 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고혈당 환자와 당뇨환자 등 건강 식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제이앤비에프 관계자는 “발효과정이 복잡한 제품이라 생산에 긴 시간이 걸리는데 예상보다 판매량이 훨씬 높다”며 “현재까지 3만여 개가 전량 매진이고 3개월 치 생산량은 선주문이 완료됐다. 제품은 한 달 분량이라 꾸준히 재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1 맞춤식 건강반찬 제조기업 ‘힐링메뉴’는 당뇨에 좋은 음식과 혈당을 낮춰주는 나물, 버섯 등으로 구성된 건강 당뇨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힐링메뉴’는 (주)현솔이 운영하는 건강식단브랜드로 암환자식단을 비롯해 당뇨환자식단, 임산부식단, 일반인 건강관리 맞춤식단 등을 통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모든 저염식 맞춤 식단은 주문 후 고객상담 과정부터 고객의 평소 나트륨 섭취량과 건강상태에 따라 서서히 적응 가능토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맞춤식으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