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독점권’으로 불리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 시행이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제도는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제네릭에 1년 간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는 3월 시행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한 국내 제약산업의 유일한 대응책이다. 이에 데일리메디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의 의미와 다가올 시장 변화를 2회에 걸쳐 살펴봤다.[편집자주]
국내 제약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견된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시행 예정일까지 두 달을 채 남기지 않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고 그 핵심에 있던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지난 3년 간의 유예기간이 지나 오는 3월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네릭사는 특허권을 갖고 있는 오리지널사에 허가 사실을 통지하고, 특허권자는 제네릭사들에게 12개월의 판매제한 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그간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자체 개발한 신약 숫자가 적고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적잖은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위주로 구성될 특허권자가 제네릭에 대해 ‘판매제한’ 신청을 하면 오리지널 제품의 독점기간 연장과 제네릭 진입시기 지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차 피해는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손실로 나타나고, 2차적으로는 건강보험재정에 수 천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현행 제도라면 오리지널 약가는 제네릭 등재에 따라 70%가 인하되고, 제네릭 등재 후 1년이 경과하면 53.55%로 인하되지만 판매제한 등으로 1년 동안 약가인하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판매제한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굳이 먼저 특허 도전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특허 도전에서 실패하면, 12개월 판매제한과 소송비용 등 손실만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내 제약산업 피해와 국내외 제약사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된 방안에는 제네릭 독점권으로 불리는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이 있다.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은 제일 먼저 진입하는 제네릭에 대해 일정기간 판매독점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네릭사가 오리지널사에 승소하면 1년 간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판매제한 조치로 대표되는 오리지널사의 특허권을 보호하면서도 국내 제약사에는 1년 독점권을 통한 제네릭 개발을 유도해 양 측의 형평성을 맞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건보재정 절감 + R&D 경쟁력 강화
이 제도는 건강보험재정의 손실을 줄이고, 국내 제네릭 개발 환경의 효율성을 더한다는 이점도 갖고 있다.
실제 국내 제네릭 개발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에버그리닝 전략을 무효화하고자 특허 회피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우선품목허가권을 인정하게 되면 국내 제약사들이 우선적인 기술개발 연구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신약개발 능력 향상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는 향후 더 진보된 개량신약이나 신약 개발에 사용될 수 있을 뿐더러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 제네릭 시장 진출을 독려하는 효과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다국적사들의 판매제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이라 판단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우선판매품목권 도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고위 관계자는 “우선판매품목제도는 R&D투자 동기를 유발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장려책”이라며 “제네릭 발매를 앞당길수록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은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