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EMR 시범사업 추진···병·의원 참여 글쎄
시스템 신뢰도 높이고 빅데이터 교류 등 기대 불구 현실 녹록치 않아
2018.03.20 05:47 댓글쓰기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내 전자의무기록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인증 제도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낡은 EMR시스템 교체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율 문제 등 극복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복지부는 EMR 질 관리 차원에서 인증제도 도입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난 2014년부터 인증기준에 대한 연구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의료기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증을 권고사항 수준으로 인정하고 병원 규모에 따라 인증 기준도 다르게 적용할 방침이다. 인증 심사비용 또한 정부가 부담한다.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인증기준을 충족시키는 것 자체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은 의무사항도 아니며 이미 인증 받은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다. 벌써 시중에는 EMR 인증제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다는 새로운 병원 솔루션이 등장한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EMR은 개발된 지 10여 년 가까이 된 것으로 그간 시스템상의 변화가 크게 없었다는 것이다.
 
EMR 인증제와 함께 병원별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논의도 병행될 방침인데 이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후 전개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낡은 체계 안에서 이어가야 하는지 과제로 남는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바꾸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직원들도 많고 시스템 자체가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것”이라며 “표준병원정보시스템이 개발되고 있긴 하지만 각기 다른 체계를 가진 의료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업체에 맡기려고 문의도 해봤는데 병원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서 개발 참여에 난색을 표했다”며 “이익이 많이 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니까 안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제품 대중화된 의원급 포함 중소병원 참여율 의문
 
의원급 등의 중소병원은 비용 문제로 인한 참여율이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비용 자체는 정부가 부담할 예정이나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저가 EMR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인증을 위해 시스템을 개편할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다.
 
한 중소병원 전문 EMR업체 관계자는 “품질보다 무조건 저렴한 가격대의 EMR을 선호하는 곳도 많다. 특히 의원급 EMR 시장은 몇 업체가 독점하고 있고 나머지 영역을 차지해야 하는 구조여서 가격 경쟁이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 B내과 원장은 “인증제도 때문에 굳이 쓰던 시스템을 바꿀 병원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새 EMR 구입비용을 지원하거나 인센티브 제공이 병행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EMR 제품은 425개에 달한다. 결국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참여율을 이끌어내야 의료데이터 표준화 및 진료정보교류 활성화 등 정부가 장기적으로 원하는 의료 IT고도화 사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측은 “EMR 인증제도를 통해 표준화된 진료정보 생산·관리 및 정보보호를 위한 전자의무기록 기준을 마련해 검증할 것”이라며 “인증제도 안착을 위해 의료계·산업계·학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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