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차원의 소아의료 위기 타개를 선언했다. 초저출산 상황과 더불어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소아의료체계 붕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윤 대통령은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 활성화를 비롯해 전공의 부족 사태 등 인력·인프라 확충에 대한 공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출산률 하락 등 오히려 우리가 자랄때 보다 병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와 부모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중증질환을 앓는 소아환자야말로 정부가 최우선으로 보살펴야 하는 약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보고받고 조속한 이행을 지시했다.
소아 의료체계 개선 대책 핵심은 ▲중증 소아 의료체계 확충 ▲야간·휴일·응급 등 사각지대 해소 ▲적정보상 및 소아 의료인력 확보 등 3가지다.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과 살리기를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소에 보다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우선 중증소아 진료 및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 마련 등 적정보상과 의료인력 확보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또, 소아 대상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진료 사각지대를 해소를 위해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대형병원서 소아 입원진료가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상황 등 소아진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부모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증소아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확충하고, 적정보상을 위해 사후 보상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소아암 환자 진료기반 확대를 위해 지방 거점병원 5개소를 육성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소아 진료 기능도 강화하고 중환자실 필수 장비․시설 확충 등을 위한 소아중환자실 입원료를 인상하는 등 소아진료 보상을 더욱 강화한다.
복지부는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통해 중증‧응급 상황에서도 소아 진료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빠른 시행과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료현장 '불만'···의료진 이탈 등 구조적 문제 여전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지원들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아이들이 아플 때 정상적인 치료를 받도록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확대 및 24시간 운영 소아전문상담센터 등을 시범운영하기로 했지만 정작 진료할 의사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응급상황이 타 진료과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의사들이 수시로 당직을 선다. 하지만 의료진이 부족해 전공의는 물론 교수들도 당직을 서고 있는지 오래다.
더욱이 갈수록 전문의와 전공의가 줄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방병원에서 교수가 퇴직한 경우 수도권으로 옮기려 하는데, 빠진 자리에 대체할 인력이 없다는 얘기다.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최근 2~3년 사이에 충원율이 굉장히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진료는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의원급 의료기관 신생아실의 입원 보상 확대와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소아과 진료가 제대로 제공 되도록 전문의 채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아과 병동에 입원전담의를 두는 등 가산점을 부여하더라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자리가 나면 지방대 교수들이 우선 지원하는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의료진 보상, 인프라 확대 예고에도 불구하고 소아과 의료진을 어떤 식으로 확대해 나갈 것인지 등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 출산율 역대 최저 기록 경신 '불명예'
한편, 공교롭게도 이날 통계청에서는 출산율 최저 기록 경신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숫자인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2020년 세계 최초로 합계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2년 만에 또 다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 뿐이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4년(3.77명) 4명대에서 3명대로, 1977년(2.99명) 2명대로, 1984년(1.74명) 1명대로 떨어졌다. 2018년(0.98명)에는 0명대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2019년(0.92명), 2020년(0.84명), 2021년(0.81명)에 걸쳐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