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두고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공급 문제로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릴리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에 마운자로는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 요법 및 운동 요법의 보조제로 최초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마운자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GIP·GLP-1 이중효능제다. GIP, GLP-1은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으로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민감도 개선, 글루카곤 분비 감소, 식욕 조절, 포만감 유지 등에 영향을 미친다.
GIP 및 GLP-1 수용체 모두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식전과 식후 혈당을 낮추고, 체중과 체지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임상을 통해 마운자로는 일주일에 한 번 투약으로 72주 동안 몸무게가 약 21%의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쟁 약인 삭센다(56주간 약 8%), 위고비(68주간 약 14.9%)보다 효과가 강하다.
"공급 이슈 해결 후 빠른 시판 제품이 시장 선점 유리 전망"
만약 국내에 제품이 출시된다면 글로벌 시장을 선점 중인 위고비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출시된 비만약은 노보 노디스크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유일하다.
뒤이은 제품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지난해 4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서면서 품질 사태가 빚어져 아직 국내 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위고비가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며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대신 마운자로는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무기 삼아 맹추격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위고비는 세계시장에서 약 93억7700만 덴마크크로네(약 1조85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마운자로는 5억1740만 달러(약 7000억원)를 기록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기존 비만약보다 체중 감소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낮아 세계적으로 품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예상컨대 두 제품 모두 비급여로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서는 먼저 시판하는 제품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은 "새로운 기전의 항비만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생활습관 중재에도 체중 관리의 한계에 직면한 심각한 비만 환자들에게 약물 치료 등 다양한 의학적 개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비만 및 비만 관련 질환은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한국에서 비만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1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